너라는 세상

by someformoflove

세상을 사랑해 본 적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세상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나에겐 낯설었다. 어떻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내게 너무 먼 이야기 같았다.


“이럴 때 너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속으로 되뇌었지만, 아무런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순간 상대방은 내가 그를 무시하는 줄 알았는지, 아니면 대화를 계속할 의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말없이 떠나버렸다.


나는 가만히 그 자리에 남았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억울함인지, 답답함인지 모를 감정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내가 사는 세상의 밖은 이렇게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마주치기만 해도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것들뿐이다. 하지만 정작 나의 세계는, 커져버린 내 마음을 담기에는 너무 작았다. 너무 좁고 답답해서 이제는 발조차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문득 네가 그리워졌다.

그립다. 너무나도 그립다.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겨우 나의 세계에 말을 들이밀어볼 수 있었다. 낮에는 감히 들어가지 못하던 곳. 네가 있던 자리, 네가 떠난 자리. 어둠 속에서만 나의 세계는 비로소 열린다. 나는 그 안에 앉아 너를 찾았다. 네가 없는 그곳은 차가웠지만, 여전히 너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그곳에서 생각했다.

나는 너와 가장 가까웠을 때 사랑을 몰랐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지금에서야 비로소 사랑을 깨달았다.


어릴 때는 네가 내 세상의 전부였다. 네가 곁에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아, 나는 널 사랑했구나.”

뒤늦게 알게 된 사랑은 얼마나 잔혹한지. 나는 이제 너를 부를 수도, 너에게 다가갈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로 인해 세상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내게 세상이란 너였으니까.

나는 너를 보며 숨을 쉬었고, 너를 통해 세상을 느꼈다. 내 세계는 언제나 너의 세계 안에 있었다.


그러니 세상을 사랑해 본 적 있냐는 질문은 나를 더욱 막막하게 만든다.

세상이란 너였으니, 네가 없는 지금 나의 대답은 없다.

그 질문에 답하려면, 내가 대답해야 할 세상은 너였다.


밤은 깊었다.

너 없는 세상은 낯설고 차갑지만, 여전히 나는 너를 찾아 방황하고 있다.

네가 내게 남긴 그 사랑은, 나의 세계와 세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묻는다.

너는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너도 내게 세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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