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일어난다.
서늘한 몸짓으로 밀려와
땅에 닿는 순간
조용히 흩어진다.
부서진 자리에 남는 것은
잠시의 흔적뿐.
그리고 다시,
파도가 일어난다.
부서질 걸 알면서도
일어서는 그 몸짓이
왠지 애달프다.
나도 그랬을까.
끝을 알면서도 다가섰던 순간들.
그러면서도 매번
나 자신이 나약하다고 느꼈던 날들.
파도를 닮고 싶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라지고,
자신을 잃는 순간에조차
고요를 품은 채
다시 일어나는.
그리운 땅에게 닿으려는 걸까,
아니면 닿는 순간
스스로 부서지길 바라던 걸까.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는 그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한없이 약하고,
한없이 단단해지는 모습을 본다.
그래서 닮고 싶다.
부서지며도 다시 일어서고,
사라지면서도 흔적을 남기는 그 마음.
파도는 언제나 닿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