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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다.

by someformoflove

그 사람에게 처음 관심이 간 건,

아주 우연한 장면이었다.


아니, 우연이라기엔 내 시선이

너무 자연스럽게 닿았고, 필연이라기엔 그 사람이 너무 조용하게 거기 있었다.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 보이는데도,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는 모습.


나는 그 순간, 속으로 웃고 있었다.

“아, 나 같다.”


우리는 이상하게도,


비슷한 말투를 썼고,

비슷한 시기에 같은 영화를 봤다.


서로를 알지 못한 채로,

서로를 따라가고 있었던 거다.

아무 말 없이, 익숙하게.


우리는 2년을 그렇게 알고 지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알고 있는 줄만 알았고,

실제로는 느끼고 있었던 거다.

닮은 마음, 닮은 시간, 닮은 문장, 닮은 거리감.

그리고 어쩌면, 닮은 상처까지도.


서로를 처음 마주한 날,

나는 오히려 놀라지 않았다.

그 사람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을 때,

“너무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듯 대답했다.

“근데, 너 웃는 거 진짜 나 같다.”


그 말에 그 사람도 웃었다.

둘 다 어쩔 줄 몰라하는 웃음이었다.

어떤 이들은 사랑에 빠질 때 ‘설렌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날 그냥 안도했다.


마침내, 나를 닮은 사람과 마주한 기분.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이미 충분한 느낌.


나는 스스로를 꽤 좋아한다.

완벽하다는 말이 아니라,

무언가를 좋아할 줄 알고,

감정을 오래 들여다보고,

사라지는 것들을 조용히 기억해 두는

그런 나의 방식이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방식이, 그 사람에게도 있었기 때문에.


요즘 우리는 자주 만난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가 되었다.

함께 있어도 조용하고,

혼자 있어도 연결된 느낌.

웃긴 건,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다가

가끔 웃음이 난다는 거다.

이상하게도,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나 같다.”

아직도 가끔 중얼거리게 된다.

그 말이 지금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나를 닮았고,

나를 웃게 만들고,

나를 다시 한번 사랑하게 만든 사람이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참 나답게,

나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있다.

마치 내가 나에게 다가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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