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벌써 헤어진 지 삼 년이 흘렀네.
그동안 나는 이 편지를 수없이 썼다가 지웠어. 너에게 내 진심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거든. 아니, 어쩌면 내가 할 말이 없다는 걸 깨닫고 그만둔 걸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오늘은 달라. 더는 이 마음을 혼자 안고 갈 수 없을 것 같아. 너도 그렇게 느낀 적 있니?
처음 우리가 헤어졌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네가 없는 날들은 견딜 수 없이 차가웠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공허했어. 일상이 온통 먹먹하게 느껴졌고,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날 괴롭혔지. 가끔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작은 카페, 우리가 함께 들었던 음악, 그리고 함께 쌓았던 추억이 담긴 장소들... 모든 게 너를 떠올리게 했어. 그럴 때마다 너의 잔상이 내 눈앞에 아른거렸지. 마치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다가도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때마다 느꼈던 감정은 미움이었어. 너 없이 지내야 하는 내가 미웠고,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했던 너에게 서운함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거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진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건 바로 나였던 게 아닐까? 내가 했던 행동들은 결국 나만의 방식으로 널 이해하려는, 어쩌면 그게 이기적이었을 수도 있어. 너의 말, 숨결, 그리고 네가 남긴 따스한 향기를 나는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으니까. 그냥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만 널 대했어. 그 결과, 너에게 상처를 남기고 말았던 건 아닐까?
참 이기적인 나였지. 그런데도 네 말, 숨결, 그리고 향기는 아직도 내 곁에 머무는 것 같아. 웃기지? 네가 떠난 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의 기억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해. 우리가 함께 웃고, 손을 잡고 걸었던 거리, 함께 꿈꾸던 미래… 그런 모든 순간들이 내 안에서 희미해지지 않고 여전히 아른거려. 그것들이 나에게 달콤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해. 이걸 우습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애처롭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남긴 이 모든 감각들이 아직도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야.
이제는 알아. 네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걸. 그게 사실이라는 게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올 때면, 마음이 아려오지만, 그래도 그걸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 네가 없는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걸 이제는 이해해. 과거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겠지.
네가 내 곁에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나는 네가 없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너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네가 내 곁에 없어도, 나는 여전히 너를 느끼고, 마치 네가 곁에 있는 것처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남긴 시간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지금은 비로소 알 것 같거든.
그러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어. 이 말이 우리가 주고받는 마지막 인사가 되겠지? 아니면 나에게도, 너에게도 하나의 위로가 될까?
잘 지내길 바라.
-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