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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formoflove Oct 29. 2024

파도

내게 사랑은 이따금 파도와 같았다.


처음엔 쉼 없이 밀려와 나를 가득 덮었다. 마치 바다의 물결이 해안을 잠식하듯, 그 사랑은 나의 모든 것을 차지했다. 감정이 넘쳐흐를 것 같았고, 그 속에서 나는 끝없이 젖어들었다. 파도처럼 거침없고, 때로는 부드럽게 스며드는 그 감정들이 나를 온전히 감싸 안았다.


가득 차 넘칠 줄 알았다. 이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익숙하게 느꼈던 사랑의 물결은 저 멀리서만 아득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나를 가득 메우던 파도는 점점 멀어졌고,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사랑이 그렇게 멀어지는 순간이 찾아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 파도를 기다린다. 사랑이 다시금 밀려와 내 안을 채운다면, 나는 그 안에서 살고 싶다. 사랑이 거칠게 나를 덮치든, 부드럽게 다가오든 상관없다. 그 파도가 나를 적시고, 내 안에 머무는 한, 나는 그 속에서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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