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말일자로 2년여의 식품공장 더팩토리_D 생산직 경력을 끝내고 등떠밀리듯 퇴사했었다.
곧바로 마스크생산공장에 들어가 6개월을 견디었다.
그리고 10월말, 계약만료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퇴사했다.
곧이어 11월부터 실업급여수급자의 자격으로 6개월째 생존하고 있다.
더팩토리_D에서의 혹독했던 기억과 너덜더널해진 자존감에 대한 자위적 보상욕구 충족을 위해 필사적으로 획득한 실업급여수급의 나날은 적당히 위로가 되었고 적당히 달콤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 하루하루중에도 나아가기 위해 애썼다. 그저 제자리 걸음에 불과한 러닝머신보드 위에서일지라도, 나는 꼭 그러하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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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가 되기 전부터 목표로 삼았던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고...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지난주, 4월13일에는 요양보호사자격증도 취득하였다. (그것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에 시작하여 지난해 획득한 사회복지사 자격덕분에 틀림없이 조금더 수월하게 가능했다.)
도전한다면 누구나 가능한.
그리고 현시점 이후로 스스로 명명하게 될, 나의 제3의 인생을사회복지사로서 살아보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자격_엑셀프로그램활용능력을 갖추기위해 ITQ와 컴활2급실기과정을 수료하고 ITQ자격등급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실업급여수급만료 시기는 밤안개처럼, 밀물처럼 나의 해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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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일하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인세생활자로서의 삶을 살며, 강아지를 돌보고 핸드메이드가방을 제작하며, 오케스트라활동 등 오만가지 취미활동으로 점철되었던 방종과 나태의 시절을 지나오며 느꼈던 무력감과 권태감은 스스로를 들깨워 문밖으로 내몰았다.
제2의 삶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조건 월급생활자가 되자는 것이었다. 그 역시 당시로서는 무척 무모한 도전이었으나 나는 타고난 무모함과 도전의식으로 이루어냈다.
자칭 제3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제는, 그저 어떻게든 월급이나 받으면 그만인 관성적인 월급생활자가 아닌, 좀더 새롭고 다른 가치가 있는 월급생활자로 거듭나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치르고 합격과 자격증발급을기다리는 동안, 엑셀활용능력 과정수료를 끝내면서부터, 일자리를 찾아나섰다. 맨처음, 워크넷을 통해 사회복지사를 검색했다.
수많은 사회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겠다는 공고가 떠올랐다.
나는 처음, 두근거리는 가슴을 다독이며 최선을 다해 쌓아온 자격증과 경력과 나의 비전을 제시하며 이력서를 송부했다... 혹시 곧바로 면접보자고, 바로 채용하겠다고 하면 어쩌지...하는 걱정과 기대가 내 속에서 미친듯이 뒤섞여 두려움이라는 회오리를 만들어내었다.
시간이 흘렀다......
나의 그 첫 사회복지사 지원 이력서는 한참 전에 열람되고도 끝내 나를 소환하지는 못했다.
회오리같았던 걱정과 기대감은 어불성설, 어쩌면 나의 터무니없는 착오일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부끄러움으로 탈태脫態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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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없이 무모한 나는,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에 1,2위를 꼽는 것이 '자기소개서작성'임에도, 사회복지사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진 '나의 생각을, 나라는 존재를' 피력하기 위해, 부끄러운 문장들을 나열하고 깎아문지르고 광을 내느라 최선을 다해 쩔쩔매었다.
...날마다 워크넷을 뒤적이며 끝없이 이력서를 날리고 자기소개서를 무한반복 수정했다.
허나, 사회복지사를 애타게 찾는 사회복지시설이 그렇게 많은데도, 내가 보내는 이력서는 어쩐 일인지 결코 나에게 길을 안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력서 송부 버튼을 클릭할 때면 번번이 일어나는 막연한 기대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나이가 많고 경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에 스스로 도달했다.
그러자 나는 곧 침울해졌고 아주 조금씩 근심과 조바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탈출묘기를 위해 밀폐된 수조에 스스로 들어간 마술사처럼, 차오르는 조바심의 압력을 견디어가며 열쇠를 찾아야만 했다.
열쇠는 빨리 찾을 수록 좋다, 조바심이 코끝까지 차오르기 전에.
그렇게 2월, 3월이 다 지나갔다.
그럼에도 그 사이 나는 아주 가끔, 부질없는 몇 번의 사회복지사 채용 면접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