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조차 틀림없는 가을빛이다....
산책을 멈춘지 어느새 한달...
그사이 나는 빵공장에 복귀했고...문득 올려다본 하늘가에는 저토록 가을이 지쳐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지나고 있었다.
지난 주말 무렵에야 길가의 은행나무가, 집 앞으로 펼쳐진 논이 황금빛으로 출렁이고 있는 줄을 알아차렸다.
그사이, 나는 미국에서 다시 한국을 찾은 monica작가님을 만나 소박한 밥 한끼를 나누었고
산재휴업이 끝난뒤 빵공장으로도 돌아갔으며 남편과 생전 처음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얼마전, 동생이 다시 어머니를 보러 한국에 오려다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10월26일, 동생이 비행기를 타기 전날 불현듯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제주 여행에서 돌아온 날, 내가 어머니를 보러 갔고 그 이틀 뒤에 다시 보러 갔을 때, 어머니는 열이 나며 기침을 조금씩 시작하고 있었다.
기침을 해도 가래를 제대로 뱉지 못해 고통스러워보였고 괴로운듯 절로 눈물이 흐르곤 했다.
그러더니 그 며칠 후, 뜻밖에도 코로나 확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로부터 요양원에는 모든 면회가 중지되었고 몇몇 위험군 어르신들은 격리조치 되었다고 했다.
나역시 그후로 지금까지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수시로 허락되었던 나의 어머니 특별면회도 박탈될 지도 모르겠다.
날이 추워지며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방역당국의 우려가 현실화될까봐 요양원같은 시설에서는 특히 긴장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번째 코로나 감염인 어머니는 특이 변화 없이 호전되고 있다고 한다.
동생은 아예 충분한 기간이 흐른 뒤, 11월말에 어머니를 만나러 오기로 했다.
어머니가 조금이라도 의식이 명료할 때에 제대로 짧은 시간일 지언정 함께 지내고 작별인사도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지난 5월에도 아들과 함께 왔었던 동생은 갑작스런 어머니의 입원과정을 지켜보며 귀국일자를 미루어가며 머물렀으나 끝내 어머니의 퇴원을 보지 못한 채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돌려 비행기에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요양원의 코로나 돌발사태는 조금씩 진정되고 있으며 동생이 도착할 즈음이면 조심스럽게나마 면회가 허락될 것같다.
그냥 이대로 수만리 떨어진 상태로, 어머니와
두번 다시 눈빛조차 맞추지도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훗날,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아쉬움과 후회의 사건이
될 수도 있기에, 당장 언제인지 알 수는 없으나
분명한 종착 시점을 앞두고 있는 어머니와 함께 할 몇 시간이
당신의 막내딸인 동생 자신에게는 물론 어머니께도 뜻깊은
소중한 위로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