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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거 Oct 20. 2021

빵!

(ft. 목월빵집)

 퇴근시간, 지하철에서 내려 다음 역을 향하는 전철의 진동을 느끼며 계단을 오르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빵 굽는 냄새가 역 안에 진동하기 시작한다. 평소 빵을 좋아하지 않아도, 당장 빵이 먹고 싶지 않더라도, 급한 일이 생겨 바닥을 쿵쿵거리며 진동을 만들며 뛰어가는 순간에도, 빵 가게 안을 한 번이라도 보지 않고 지나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퇴근시간 지하철 게이트 앞 빵 가게는 빵 냄새라는 튼튼한 그물로, 단 한 사람들의 시선도 놓치지 않고 모두 낚아챈다. 퇴근 시간은 이렇게 늘 만선이다. 


 맛있는 냄새로 사람을 유혹하는 건 너무나 뻔한 클리셰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클리셰다. 이런 클리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결국 김탁구 같은 제빵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연히 구례에 들렀다가, 지역 빵집인 목월빵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빵집 입구에서부터 맛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또는 빵집이라는 본연에 걸맞게, 나를 유혹하는 빵 굽는 냄새를 기대했다. 


하지만, 날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빵!”하는 소리였다.


불규칙한 시간에 맞춰, 나 잡아보라는 느낌의 간격으로 나타나듯 사라졌다. 

 “빵!”, “빵!........빵...빵!!.......빵!.....빵.......”


 계속해서 그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빵집 앞에 설치해 논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 순간 빵을 살 생각도 잊은 채 너무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이 “빵!”소리를 녹음하거나 만들어냈을 거고, 만들면서 혼자서 사람들이 좋아할 생각에 키득키득했을 모습이 그려졌다. 또 누군가는 스피커를 달면서, 이 정도 위치에서 “빵!”소리가 나오면 사람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눈치 못 채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 사람들은 다 냄새로 유혹하는데, 본인은 꿋꿋이 남들이 유혹하지 않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런 매력적인 유혹 방식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빵집에 들러 빵을 사고 나와, 한참을 빵집 앞에서 앉아 “빵!”하는 소리를 녹음했다. 이 재미난 소리를 내 핸드폰에 담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서울로 돌아와서 가끔씩 빵집에 들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빵!’하는 소리를 낸다. 어떨 때는 규칙적으로 어떨 때는 불규칙적으로 흥얼거린다. 아마도 자신만의 매력적인 유혹의 방식을 고수하는 또 다른 빵집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어하는 나만의 의식인 것 같다.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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