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평소에 들을 수 없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깡!”, “퍽!”
“그러니 한번 더~”, “모어 앤 모어~”
프로야구 경기 중 타자가 공을 치고 투수가 공을 던지는 소리,
가요 프로그램 1위 곡 앙코르 무대에서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라이브 앙코르 소리.
모두 코로나 이전에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 잘 들려지게 된 소리들이다.
관중들 소리에 묻혔던 소리
무관중이 만들어낸 소리
원래 존재하던 소리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는 소리
나는 투수가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는 사람인지 체감하지 못했다. 그저 엄청난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150km/h라고 뜬 전광판 숫자를 통해서만, 투수는 엄청나게 빠른 공을 던지는구나 하고 생각만 했지, 포수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며 나는 “퍽!”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 코로나로 덮혀졌던 소리들이 드러나자, 그 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있었을까 상상해보았다. 그 과정들 안에는 더 엄청난 소리들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다 코로나 덕분이다.
나는 트와이스의 가창력이 논란이 될지 몰랐다. 그저 앙코르 무대를 함께하는 수많은 팬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 소리와, “파이팅, 사랑한다”는 함성 소리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큰 연예기획사 소속 아이돌 가수라는 타이틀만 보고 당연히 어느 정도의 가창력을 갖췄을 거라고 생각했지, 자신의 목소리가 세상에 공개될까 두려워하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갖고 있는 줄 몰랐다. 트와이스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어떤 소리들의 기회를 없앴던 걸까. 갑자기 그 소리들은 지금 어느 무대에서 소리를 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이 고민을 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소리로 인해
드러나지 않던 존재가 드러날 때가 있고
드러나야 할 존재가 드러나지 않을 때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나는 코로나 이 전에도 이 소리들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
고교야구 경기에서 이 소리들을 들었고
아무도 없이 거리에서 버스킹 하는 무명가수에게 이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존재하던 소리들을 마주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발길을 돌렸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있는 경기와 무대만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관중의 함성이 없는 곳에는 집중하지 않았다.
관중들의 소리가 생각보다 꽤 많이
그 경기, 무대에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중들이 내는 소리가 있고 없고에
꽤 많은 것들이 감춰지고 꽤 많은 것들이 드러났다.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선택과 집중이
생각보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현상이지만,
앞으로도 관중의 함성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관중의 함성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감추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다르게 보게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개개인의 목소리들이 좀 더 잘 드러나고 잘 들리고
보다 많이 말해지고 집중되는 소리의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