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사장의 “What’s in my bag?”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그의 가방 안에 담긴 에어팟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아이팟 프로를 소개하며 그에 적용된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를 설명해주었다. 이어폰이 자체적으로 마이크를 갖고 있어 외부에 있는 소리를 파악해 그와 반대되는 음파를 냄으로써 외부에서 나오는 소리를 차단해준다고 했다. 외부 소리에 민감한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하며 다음 물건 소개로 넘어갔다.
이 영상을 보고 있는데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먼저,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은 어떤 소리들 일지 궁금해졌다.
나를 향한 고함 소리, 야!
세게 문 두드리는 소리, 쿵쿵쿵!
카페에서 노출 콘크리트를 따라 공간을 배회하며 뭉쳐서 울려대는 사람들의 말소리, 웅웅
졸음이 쏟아지는데 귓가에 계속 울리는 모기 소리, 웽웽
다음으로, 내가 듣고 싶은 소리들은 어떤 소리일까 생각해봤다.
사랑한다는 소리, 사랑해
고맙다는 소리, 고마워
바닷가 속 ASMR 소리, 꿀렁꿀렁.
노이즈 캔슬링 되지 않는 소리, 백색소음.
듣고 싶지 않은 소리와 듣고 싶은 소리를 나누고 보니 어떻게 하면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도 듣고 싶은 소리에 집중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다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정확하게 그와 반대되는 소리를 찾아내어 그 소리를 캔슬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취소를 하려면, 무엇을 취소할 것인지를 알아야 취소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호텔에 전화를 해서 취소를 하고 싶다면, 무엇을 취소하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게 레스토랑 예약을 취소하고 싶은 건지, 숙박을 취소하고 싶은 건지, 그냥 방금 한 전화를 취소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을 것 아닌가.
졸음이 쏟아지는 피곤함 속에 귓가에 울리는 모기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를 알아야 한다. 나를 향해 고함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들어야 한다. 그래야 바닷속 꿀렁이는 물결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다. 그래야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귀를 막고 그 소리를 피해 도망치면 안 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소리를 다 들어야 한다.
노이즈 캔슬링이란 게 참 피곤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