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빠와 나

추희

[가을의 기쁨]을 나눠요.

by 때때로

아빠의 밭은 보물단지다. 귀한 것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한여름에는 빨갛고 말캉말캉한 자두와 속이 샛노랗고 달콤한 복숭아가 나왔고, 가을에는 단단한 자두 '추희'가 나온다. 추희의 어원을 찾아보니, 정확하지 않지만 가을의 기쁨, 가을 여자 등의 뜻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자두는 여름 제철 과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나오는 과일이라 더 기뻐서 '가을의 기쁨'이라고 하는 것 같다.




밭에 들어서자 이제 수확을 기다리는 단단하고 커다란 자두가 주렁주렁 달려있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아빠는 나무 하나를 알려주시며, 여기에 나온 자두는 다 따가도 된다고 하며, 자두를 잘 따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가지가 꺾이지 않도록 왼쪽으로 돌려가면서 자연스럽게 따면, 달려있던 본체의 가지가 상하지 않고 잘 수확할 수 있다. 색깔이 예쁘고 큰 것들 위주로 가져가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하나하나 따다 보니 욕심이 난다. 우리 가족들, 교회 사람들, 남편회사 동료들, 나의 책 친구들 나눠 줄 사람이 많다. 보통은 한두 바구니 겨우 채워갔는데, 이번에는 바구니 2개를 다 채우고도 2개를 더 가져와서 4개를 꽉 채웠다. 탐스러운 자두가 자신은 안 데려가냐며 그윽하게 나를 쳐다봐서 가져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아빠는 가득 찬 4개의 바구니를 보시고는 당황해 웃으시며 옆 나무까지 따가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러면서 자두를 맛있게 먹으려면, 3-5일 정도 상온에서 후숙 하고, 모든 과일은 농약 있으니 깨끗하게 씻어먹고, 껍질을 까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꿀팁을 전수해 주신다.


집에 돌아와 마트에서 보니 아빠가 키운 품종과 동일한 자두가 8-9개에 800g, 9,900원씩 파는데, 아빠 자두는 6개에 이미 900g 정도다. 늘 가져다 먹어서 몰랐는데, 아빠 자두 참 귀한 거였다!

아빠가 키우신 특별한 자두를 감사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봉지에 담고 택배도 보내본다. 삶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에게 늘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아빠의 자두를 통해서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자두가 가을의 기쁨을 담아 아빠로부터 감사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문득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음이 너무 감사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두가 너무 맛있고 사람들에게 선물하며 생색냈다고 말씀드리니, 아빠는 아빠가 살아있을 때만 줄 수 있는 거니 실컷 먹으라고 하신다. 눈가에 물기가 잠시 차오른다.


아빠가 전해주는 사랑으로 가을이 기쁨으로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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