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회색빛 날들이 계속이지만, 봄은 성큼 다가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잎인지, 꽃인지 구분이 안되던 봉오리들이 '나 꽃이요'라며 자신의 색을 슬며시 보여준다.
맑은 분홍빛이 사랑스러운 진달래와 노란빛을 발하는 산수유가 곧 꽃망울을 터뜨리려 한다. 지나가는 햇빛을 온 힘을 다해 붙잡고, 매일 조금씩 피어오른다.
시선을 붙드는 분홍빛과 노란빛을 보지 못했다면, 연한 연둣빛으로 곳곳에 조금씩 차오르고 있는 잎들을 보지 못했더라면 야윈 나무들만 보고 겨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걷고 있는데, 남편이 한 곳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게 뭐더라... 꿩인가?"
속으로 '무슨 꿩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고 생각했는데, 저 멀리 정말 꿩이다. 머리가 화려한 것을 보니 수컷인가 보다. 딱따구리, 청설모, 각종 새들은 보았지만, 세상에나 꿩을 보다니!
어쩌다가 이곳에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오래오래 살라고 응원하게 된다.
겨울 내내 죽은 듯있다가,
봄이 오니 각자의 색들을 뽐내기 바쁘다.
나는 무슨 색을 뽐내야 하는지 잠시 고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