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by 때때로

시어머님이 암 진료를 위해 병원에 오셨다.

어머님은 지방에 살고 계셔서, 새벽 일찍부터 KTX를 타고 오셨다. 마침 어머님의 생신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나와 남편, 형님이 함께 병원에 동행했다. 병원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병원에 도착했는데, 진료 시간이 40분이나 남아 있었다. 어머님은 평소에도 20층 아파트를 걸어서 일곱 번씩 오르내리시는 터라 병원 지하에서부터 위까지 계단을 타시겠다고 가셨다. 형님은 어머님의 심부름을 가시고, 나와 남편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 건물은 2층부터 가운데 공간을 비워두어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곳곳에 비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는 2층 병원 의자에 앉아서 3층을 바라보니 복도에 걸린 그림이 큰 그림이 보였다. 내가 관심을 보이니 남편은 가서 보고 오라고 한다. 이어폰을 챙겨 들고 음악을 들으며 2층부터 3층까지 걸린 그림들을 천천히 보았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과 돌보는 사람들, 치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그림들을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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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2층 의자에서 바라본 3층의 그 그림이었다. 남편은 집 같다고 했는데, 나는 그림 앞에서 유심히 관찰했다.

김희연 작가의 작품 <기다리다>로 아크릴로 그렸다. ‘아크릴로도 이렇게 멋지게 그릴 수 있구나. ’큰 그림 앞에 서니 그림이 내 마음속으로 걸어들 오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오래전 기억 속에 숨은 듯한 작은 기차역이었다. 어떤 기차역인지 이름도 없고, 철로 위의 나무길에는 풀들이 삐죽 올라있다. 뭔가 아주 오래된 기차역이다. 철로에는 풀들이 무성하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차역인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몹시도 그리운 사람이 있나 보다.



남편과 진료를 들어간 어머님을 기다리며,

병원이라는 곳이 검사를 기다리고,

진료를 기다리고,

결과를 기다리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곳임을 깨닫는다.


풀이 무성하게 자랄 정도로 시간이 지날지라도,

‘이제 괜찮습니다.' 그 한마디를 기다리는 곳.

저 길 건너에 사랑하는 사람이 반갑게 웃으며 걸어오길 기다리는 곳. 그리고 시간이 오래오래 걸리는 곳.


그렇게 병원을 거닐며 어머님을 기다린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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