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위험한 러시아 연료 의존과 중국의 지정학 전략

by 소묘

2025년 상반기, 대만은 러시아산 납사(naphtha)의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CREA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대만은 상반기 동안 약 13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산 납사를 수입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월평균 수입량이 6배 증가한 수치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침공 이후 지금까지 대만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화석연료 총액은 112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액(약 5천만 달러)의 220배를 상회한다. 주요 수입 주체는 포모사페트로케미컬(Formosa Petrochemical Corporation, FPCC)이며, 메이랴오(Mailiao) 석유화학 단지가 핵심 거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의존은 에너지 안보와 서방 제재 체계, 그리고 중국의 전략적 구상에 직결되는 중대한 지정학적 변수로 작용한다. 대만은 정치·외교적으로 서방의 ‘민주 진영’에 속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제재 정합성에 균열을 드러낸다. 이 모순은 국제 여론에서 대만의 도덕적 신뢰도와 외교적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나아가 중국에게는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산업적 측면에서 러시아산 납사는 대만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다. 에틸렌, 프로필렌, 플라스틱, 섬유 등 대만 제조업의 기초 체인은 납사에 직접적으로 의존한다. 특히 FPCC의 메이랴오 크래커 가동률은 납사 수급에 절대적으로 연동되어 있어, 러시아산 물량이 중단될 경우 공장 가동률이 급락하고, 플라스틱·포장재 수출 산업의 원가가 급등하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중동이나 미국산 납사로의 대체는 가능하지만, 비용과 운송 리드타임 증가가 불가피해 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둘째, 경제·금융 측면에서 러시아산 납사는 중동산 대비 5~8% 저가로 공급되어 왔기 때문에, 대체 조달 시 수입원가 상승과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된다. 또한 러시아산 화물은 종종 ‘그늘 선대(dark fleet)’나 비표준 보험체계를 통해 운송되기 때문에, G7의 가격상한제 및 세컨더리 제재가 강화될 경우 해상보험, 결제망, 신용라인이 동시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대만 기업이 국제 금융·보험 네트워크에서 고립될 위험을 내포한다.


셋째, 외교·정책 측면에서 대만의 대러 수입 구조는 서방 제재 체계와의 정합성을 흔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만의 정치적 입장과 달리, 실제 경제 흐름은 러시아 전쟁 재정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CREA, urgewald, Ecodefense 등 환경단체와 국제 NGO들은 이미 “대만이 크렘린의 전쟁자금에 연료를 공급한다”는 비판을 제기했으며, 이 담론이 확산될 경우 미국 의회와 유럽 연합 내에서 대만에 대한 지원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국제 여론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수사적 무기가 된다.


이와 같은 구조를 고려할 때, 중국은 여러 형태의 ‘비군사적 레버리지’를 행사할 수 있다. 첫째,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대만향 납사 선적량을 조절하거나 지연시킴으로써 대만 석유화학 산업의 가동률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 둘째, 중국 해군의 훈련, 항행 경계구역 설정 등 해상 리스크를 인위적으로 높여 운송비용과 리드타임을 증가시킬 수 있다. 셋째, 중국·홍콩 중개항 및 보험망을 우회 경로로 제공하며 이를 정치적 조건과 결부해 조달 종속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 넷째, “대만이 러시아 전쟁자금의 주요 공급자”라는 프레임을 확산시켜 국제사회 내에서 대만의 도덕적 입지를 훼손하고, 서방 동맹 내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정유·석화 증설과 가격조절 전략을 통해 아시아 납사 마진을 인위적으로 조정함으로써 대만 산업의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간접적 경제 압박도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전략에는 한계와 리스크도 존재한다. 러시아는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 과제이므로, 대만향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자국 경제에도 손실이 크다. 또한 대만은 중동·미국산 대체 조달이 가능하며, 과도한 압박은 오히려 미·일·EU의 긴급 지원 및 세컨더리 제재 역풍을 촉발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시기적 조율, 서방 제재 강화 국면, 해상 리스크 고조를 동시에 엮는 복합적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만이 취해야 할 대응은 명확하다. 첫째, 중동(사우디, UAE) 및 미국산 납사·콘덴세이트에 대한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하고, 위기 시 우선 공급권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러시아산 납사 수입 상한선과 감산 로드맵을 공개함으로써 G7 제재 체계와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 명확한 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석화단지의 전략적 비축 일수를 현행 45일에서 최소 60~75일로 상향 조정해 단기 충격 흡수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서방 P&I 보험이 제한될 경우를 대비해 일본·유럽 보험풀 및 엔화·원화 결제 네트워크를 사전에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외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지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서방 여론과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


요컨대, 대만의 러시아산 납사 의존 심화는 중국에게 군사적 수단이 아닌 경제·금융·정보전의 복합 레버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봉쇄나 무력충돌 없이도 대만의 산업·정책 자율성을 제약할 수 있는 고효율 압박수단이다. 향후 중국이 이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대만은 에너지 안보를 매개로 한 ‘비군사적 종속’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대만이 조달 다변화·비축 확충·정책 정합성 강화로 대응한다면, 중국의 레버리지는 실질적 효과를 잃게 된다.


따라서 향후 12개월간은 다음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① 러시아-중국 간 에너지 협력 발언의 수위와 빈도,
② 러시아 납사 수출량 급감 여부,
③ G7의 납사 가격상한제·세컨더리 제재 발표 시점,
④ FPCC 재고율 하락 및 긴급 스팟구매 징후,
⑤ 중국 해상훈련 및 항로 통제 강화 조짐 등이다.


대만의 에너지 구조는 지금 국제 지정학의 회색지대에 서 있다. 러시아산 연료 의존을 방치할 경우, 이는 중국 전략 구상의 새로운 매개체로 전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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