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용 May 12. 2023

떠나감, 남겨짐, 위로의 삼각관계

제 꿈 꾸세요 서평

 이별은 늘 어렵다. 나이를 먹어도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이별에 아파하는 것은 일종의 위로라고 생각한다. 이별하는 대상이 무엇이었든 진심을 다했던 과거 자신에 대한 심심한 위로라고 설명하고 싶다.


 죽음이라는 말은 대게 무섭고, 슬프다. 죽음을 마치 해방 혹은 탈출구 즈음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그 또한 슬프다. 일반적으로 무섭고, 슬프고, 두려운 어떤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만큼, 그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과정은 가슴 아프다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수록작, 김멜라 작가님의 ‘제 꿈 꾸세요’는 죽음을 환상적이고, 평소 성질보다는 조금 밝게 담아낸 작품이다. 죽은 ‘나’가 지인들의 꿈에 방문하면서 겪는 체험을 다룬, 따뜻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4LOJDNrSk 


… 그건 마치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로 이어지는 노래처럼, 마디 바꿈도 없이 나를 둘러싼 리듬이 일시에 다른 흐름으로 전환되는 느낌이었다. p66


 어렸을 적, 소설은 음악시간에 배웠던 ‘메기의 추억’이라는 노래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노래를 기억하는 독자는 훅, 떨어지는 음을 상기하며 덩달아 하면서 소설에 쿵, 떨어진다. 이런 식 도입부의 표현은 새롭고, 본작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죽음과 꿈을 다루는 비현실적인 세계에 발을 디디는 독자를, 발을 헛디디는 불쾌한 느낌이 아닌, 포근한 동요로 이끄는 소설적 기술과, 배려가 놀라울 정도였다.


 본작의 ‘나’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시도’했다. 실패로 끝난 시도 덕에 더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을 무렵, 어이없게 죽고 만다. 정말 어이없는 이유이므로 꼭 본작을 읽어보길 바란다. 본의 아닌 고독사로 방치된 자신의 시신을 발견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가이드 ‘챔바’의 도움을 받으며 지인의 꿈속을 방문한다는 것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비난도 칭찬도 아닌, 괄호. 판단 이전의 괄호.” p71


 ‘나’는 ‘챔바’에게 묻는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았느냐, 그들은 어떤 사람이었느냐, 묻자 ‘챔바’는 ‘괄호’라고 답한다. ‘나’는 궁금했을 것이다. 죽음은 인생에 있어 유일한 결과다. 살았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결과가 나왔으니 과정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나’는 ‘나’의 죽음은 다른 ‘나’들보다 더 나았을지, 이 정도면 호상인지, 그 정도에 대한 답변을 바랐을 터다. 그러나 이후 서술하겠지만, 작중 후반 ‘나’는 더 이상 이 물음에 답을 얻고자 하지 않는다.


 처음 ‘나’는 지인들 꿈속에 찾아가는 이유가 분명했다. ‘나’의 시신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으나, 한 명 한 명 찾아갈 때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생전 기억을 최대한 더듬어 이런 부탁을 해도 되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나 금세 포기했다. 친구, 옛 애인, 엄마를 찾아가도 만나보지는 못했다.


“문제는…….” … “이걸 다 먹어야 볶음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거예요.” p78


 ‘나’에게 이는 복잡한 문제였으나, 이미 이런 과정을 지나온 ‘챔바’에게는 마치 ‘떡볶이를 다 먹어야 볶음밥을 먹을 수 있다’라는 간단한 사실 정도 느낌이었다. ‘챔바’가 무심해서 이런 말은 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죽어서도 쉬지 못했다. … 나는 나라는 존재를 빈 괄호로 두고 싶었다. p93


 ‘나’는 빈 괄호가 되기로 한다. 사실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스스로 괄호를 채울 필요가 없다. 괄호를 채워주는 일은, 남겨진 이 혹은 타인의 몫인 것이다. 이미 떠난 ‘나’는 그저 괄호를 커다랗게 써주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빈 괄호는 무궁한 가능성이다.


꿈을 꾸는 엄마의 마음과 그 꿈으로 간 내 마음,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을 이어주는 챔바의 마음이 삼각뿔의 세 직선처럼 하나의 꼭짓점에서 만나고 있었다. p90


 ‘나’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나’가 누군가의 꿈에 나타나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 ‘나’가 누군가의 꿈에 나타나는 행위 자체가 누구를 위해서인지는 모호할 수 있어도, 조건은 중요하다. ‘나’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는 이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러니

당신은 기쁘게 내 꿈을 꿔주길 p94


 ‘나’는 비로소 망자다워졌다. 자유롭게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하기 때문에 타인을 위해 행동하기로 한다. ‘나’, 타인, 목적. 세 개의 각이 만나야 안정적이다. 떠나가는 ‘나’는 남겨진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꿈에 찾아갈 것이다. 그 위로가 비단 남겨진 자들만을 위한 것인지는, ‘나’만이 알 것이지만 말이다.




2023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23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코멘터리북


작가 : 김멜라

출판사 : 문학동네


참고자료 : https://www.mk.co.kr/news/culture/10429792 

이전 08화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한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