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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 May 09. 2022

폭력을 독점한 인간

두개골의 안과 밖 서평


 근 일주일 동안 육식을 전혀 하지 않은 이가 있을까? 근래에는 채식주의자가 많이 늘어서 꽤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생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여러 종류 일부 혹은 전부를 섭취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육식을 반대하고 채식을 권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잡식성이고 영향 균형을 위해 육식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저 사실을 열거한 것뿐이다. 우리 인간은 인간을 위해 육식한다. 살기 위해 죽인다. 인간이 아닌 종의 목숨줄을 들고 지배하는 권력이란 그야말로 무소불위 아닌가? 이러한 사실은 인식하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는, 지극히 평범한 '불편한 사실'일 뿐이다. 


 그래, 먹는 거로 뭐라 하지는 말자. 그렇다면 이런 뉴스는 어떨까? 


'안락사 약물 다썼다' 돼지 생매장..2차 오염 비상 2011.01.06 

"멀쩡한 닭 생매장 보상은 쥐꼬리" 2004.01.11 


 생매장으로 목숨을 잃은 동물을 위한 위로 한마디 없는 제목,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022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서이제 작가의 '두개골의 안과 밖'(이하 본작)은 거대한 폭력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인간을 그린다. 또, 학살당하는 동물과 학살하는 인간을 의도적으로 동일시하려는 시도를 반복하며, 결국 인간의 이러한 폭력적인 행태에 관한 정당성 및 당위성에 의구심을 던진다. 


 나는 더러운 악취로부터, 오래된 악몽으로부터 도망치듯, 엑셀을 더 세게 밟는다.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본작은 근미래 신종 바이러스가 퍼진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조류 독감처럼 새들에게 전염되고, 어쩌면 인간도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 속 본작에는 다수의 '나'가 존재한다. 한 '나'는 생매장하기 위해 닭을 마루에 처넣고, 다른 '나'는 한 마리에 8,000원이 된 까치를 사냥하고, 또 다른 '나'는 건설 현장에서 나무 위에 둥지를 짓는 까치를 보고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긴다. 새 위에 군림하는 '나', 본인과 새를 동일시하는 '나' 모두 공통점은 새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싫어하든 좋아하든 모든 '나'의 생활 속 새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새와 우리는 같다. 새는 과수원 주변 커다란 나무 위에 집을 짓는다. 농장주가 농지 위에 집을 짓는다. 우리가 산다.  


 바이러스는 계속 퍼지며 새 개체수도 늘어나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이 새로 변한다는 괴담도 삽시간에 전파된다. 그래서 인간은 학살에 더 박차를 가한다. 새를 죽이고 또 죽인다.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모자이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비극이 있었다. 음 소거로도 지워지지 않는 소리가 있었다. 


 뉴스에서는 여러 자료화면이 나온다. 새 사체 무더기가 쌓여있고, 그것을 파묻을 구덩이도 있고, 가렸지만 가려지지 않은 사실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다. 그때 '나'는 해당 장면을 건설 현장과 겹쳐 본다. 무기력하게 인간에 의해 죽는 새들과 열심히 일해도 '나'가 짓고 있는 건물을 살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한 처지는 어쩐지 닮아 있었다. 


 본작은 작품 내에서도 인간 중심적인 표현을 타파하기 위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인간의 두개골 안에 있는 생각으로는 닭, 까치 등의 두개골 안에 있는 생각을 대변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작에는 실험적인 시도들이 여럿 있다. 실험을 통해 그들의 솔직한 말을 최대한 그대로 적어내고자 했던 한 소설가의 도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Why We Fight for Nonhuman Rights: Harambe’s Story 2021. 05. 27 


 2016년 5월 28일, 하람베라는 고릴라가 동물원에서 죽었다. 당일 동물원에 방문한 3살 아이가 고릴라 우리에 떨어졌고, 아이의 안전을 위해 고릴라는 사살되었다. 하람베는 직원이 발사한 총 한 발에 살해당했다. 본사고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당시 큰 논란이 되었다. 고릴라 앞에 있는 아이의 안전이 중요하니 사살한 것이 당연하다는 측과 영상 내 하람베의 태도는 오히려 아이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측 주장은 서로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후 아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부모에게 화살이 돌아갔으나, 부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람베의 죽음을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육식은 그 과정만 윤리적이라면 얼마든지 논외로 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를 이중적이라고 해도 좋다. 인간이 다른 종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은 현시대의 진리에 가깝기 때문에 인간의 생을 위한 다른 동물의 희생은 어느 정도 수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현재이기에 가능하다. 역사를 조금만 봐도 불과 100년 전, 200년 전의 모습 중 일부는 현시점에서 봤을 때 비논리적이며 미개하다. 2세기 전만 해도 15세 미만 어린 아이는 일해야만 했고, 흑인은 노예였으며, 여성에서는 투표권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지금으로부터 100년, 200년이 지나면 지금 이 시대에 당연시되는 풍조나 주류 문화는 당시 관점으로 보면 미개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바로 현재를 산다. 지금 가장 주류가 되는 사상을 따라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고 위험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따르는 주장을 진리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옳고 그름 판단 기준은 언제나 변한다. 시대는 가변적이다. 비판적인 의식을 갖고 현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언젠가 인간이 그간 행했던 다른 종을 향한 폭력은 몰상식하고 구세대적인 악행이라 불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도서 정보 


출판사 :문학동네 

작가 : 서이제 


-참고 자료 


https://m.yna.co.kr/view/AKR20110105196600060 

https://www.kgnews.co.kr/mobile/article.html?no=41413 

https://www.nonhumanrights.org/blog/why-we-fight-for-nonhuman-rights-harambes-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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