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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Sep 19. 2019

하체비만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몸은 강한 것보다 죽는 날까지 잘 쓸 수 있는 것이 제1원칙"

바야흐로 유병장수의 시대이다. 사람의 수명을 가지고 재앙이니 축복이니 말들도 많다. 감기 바이러스 하나도 정복하지 못하는 의학기술이지만 그래도 생명 연장에 대한 찬란한 기여는 인정하고 싶다. 지금도 암은 인간의 생명에 가장 치명적인 치사 요인이지만 심장을 비롯해 신장, 간 등의 내장기관은 의술 덕분에 보수가 가능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내장기관 치료술의 발달이 유병장수 시대를 여는데 많은 공을 세웠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학창시절 하체가 얇고 긴 친구를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허벅지와 엉덩이 때문에 항상 1~2치수 큰 바지를 사야 했기에 아담한 하체는 나의 로망이었다. 특히나 사춘기 언저리를 지날 즘엔 통나무 같던 허벅지와 쓸데없이 두드러진 둔부가 그렇게도 저주스러울 수가 없었고, 정말이지 소유를 부정하고 싶었다. 그에 비해 상체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날씬하다 못해 가녀리단 느낌까지 주었기 때문에 유독 더 둔부의 돌출은 두드러졌는지 모른다. 그때는 내가 만일 성형수술을 한다면 엉덩이 살부터 깎아내겠다는 하릴없는 상상을 이틀 간격으로 했었다. 위장이 안 좋아 찾아간 한의원에서 엉덩이가 1도 없던 한의사는 나를 보고 전형적인 ‘소음인(少陰人)’ 체형이라고, 나름 좋은 점도 많다고, 오래 살겠다고 농을 쳐서 다시는 가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

혈기왕성하던 시절(아직도 늙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혈기는 그닥…)엔 그렇게도 서구형 체형을 염원했다. 그러니까 어깨가 떡 벌어지고 허리가 잘록해 역삼각형을 이루며 하체는 얇고 긴 그런 몸매다. 그런데 요즘은 웬걸 여기저기서 하체예찬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만 보이는지, 아니면 고령화 사회가 도래해서 그런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왠지 후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나이가 들면 장기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장기를 싣고 다닐 하체의 건강이 중요하다. 특히 허벅지와 둔부는 기동력을 담보하는 근원이다. 물론 뼈와 관절의 건강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 또한 갈아 끼울 수는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들어봤지만 인공 허벅지 근육 수술은 들어보지 못했다. 근육은 키우는 것이다. 성장시킬 수 있다는 교육적 의미를 내포한 신체이다. 나이 서른이 지나면 근육량이 년간 1%씩 감소한다는 무시무시한 기사도 왕왕 볼 수 있다. 나이 마흔 넘어 상체는 후덕한데 팔다리만 얇아지는 것은 볼품을 떠나 질병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죽는 날까지 내 한 몸 내가 책임지고 다니려면 하체에 신경 써야 한다. 즉, 시간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을 내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중 하나는 해야 한다. 40세가 넘으면 좋은 것(?)이 그토록 굵게만 보였던 하체는 비교적 핼쑥해지고, 상체의 들어갈 곳은 채워지고 나와야 할 부분은 평탄해져 신경 써서 옷을 입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몸이라는 게 신비한 것이 어떤 방향의 순환을 하는지에 따라 곱하기의 이득 혹은 손해를 보게 한다. 걷기나 달리기를 처음 하면 힘들고 귀찮고 지루하지만 참고 한 달만 지속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근력은 늘어난다. 몸은 가벼워지는데 힘은 좋아지니 운동 효율은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옷발도 잘 받고 옷장에 걸린 헝겊 더미들도 입고 나갈 수 있는 옷으로 바뀌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꾸준한 운동을 처음 해본 사람은 내가 이렇게 오래, 그리고 빨리 달릴 수 있는 인간이었나 싶은 생각에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까지 급상승하게 된다. 중년 남성들이 마라톤 대회에 그렇게 많이 출몰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 마라톤 대회장을 가보라. 완주를 마친 중년 남성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벌떡거리는 심장에 손을 대고 “아! 살아 있음을 느낀다.”라는 표정으로 아드레날린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의 순환 방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본 경험이 있기에 과감히 생략하겠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하겠다는 생각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 핑곗거리는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거듭될수록 지층과 같이 껍질이 두꺼워진다. 운동도 취미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체의 기능은 30세를 기점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감소된다. 40세를 넘으면 정말 훅 간다. 예전엔 그냥 할 수 있었던 활동도 어느 순간 녹록지 않던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이를 체감한 것이다. 할 일 어느 정도 해놓고, 애들 다 키우고, 돈도 좀 있을 때는 몸도 노동으로 소진된 상태라서 어지간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유지하기도 벅차다(feat. 많은 어르신들). 노동과 운동은 다르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는 인생을 둘로 나눠 60세까지를 전면전으로, 60세 이후는 진지전으로 비유했다. 즉, 60세까지는 최전방에서 몸을 던져 인생의 도전들을 상대했다면 60세 이후부터는 각자가 구축한 진지에서 병력을 유지하고 삶을 보전하며 버텨가는 전투를 해야 한다. 진지에서 조기 전사하지 않고 나름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팔다리의 다부진 근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허리를 잡아주는 복근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무슨 아이돌 그룹이나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같이 만들겠다고 덤벼들지 말자. 나이 들어 몸 드러내고 다닐 일은 거의 없다. 운동 좀 하고 나서 보여주고 싶은 건 나의 원초아(id)가 시키는 일이지 남들의 요구가 아니지 않는가. 우리에겐 몸을 가려줄 멋진 옷이 있으니, 옷발 잘 받을 정도만 해주면 된다. 하루 한 시간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 타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제발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의 P.T. 유혹에 넘어가지 마시길… 몸은 강한 것보다 죽는 날까지 잘 쓸 수 있는 것이 제1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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