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단순한 하루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밥을 차려 먹고 외출 준비를 한다. 약속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지만 나를 깨끗이 단장한다.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공원 산책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오면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책상에 앉아 ‘오늘의 나’를 그린다. 씻고 피부를 정돈한 뒤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잠을 청한다. 별다른 일 없이 똑같은 매일, 단정한 반복, 나쁜 일 없는 하루, 혼자만의 평화, 소소하고 잦은 기쁨,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고, 아침을 맞이하며 기대를 채운다. 그 기대들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한도 안에 있다."
- 봉현,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중
한 동안 혼자 일하는 삶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 <단순 생활자>,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등등. 이 책의 저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오늘 소개할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에 나오는 구절이기도 하다.
"식사와 수면을 신경 쓸 것.
사람을 적게 만나고, 생각을 적게 할 것.
세상의 시간에 맞춰 생활할 것.
매일 걷고, 햇볕을 쬐며, 바람을 마주할 것.
운동할 것.
읽고 쓰고 그릴 것.
잘 살려는 노력을 부끄러워하지 말 것."
- 봉현,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중
먹고, 자고, 움직이고, 읽고 쓰는 일에 의식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이 일들은 저자들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나도 공감한다. 온갖 자극과 비교가 넘치는 사회에서, 나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홀로 꿋꿋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매일의 단정한 반복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극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초라히 여기지 않으며 담담히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건, 불규칙하고 자극적인 식사와 수면 시간을 줄여서라도 일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것, 자극적인 볼거리와 놀이로 잘못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겉은 멀쩡하지만 공허한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이제는 하루하루를 단단하고 단정하게 쌓아가려고 노력한다. 너무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지금 감정은 어떤지를 생각하며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아침 식사를 준비하다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문득 행복하다고 혼잣말을 하는 횟수가 늘었다. 대단히 즐겁고 시끌벅적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별일 없이 조용한 하루가 또 주어졌다는 것이 감사해서 그렇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를 예측 불가능한 학교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서 그런가 보다. 종소리에 맞춰 기계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읽고 싶을 때 읽고, 쓰고 싶을 때 마음 껏 쓰고, 산책하고 싶을 때 산책하며 내 마음이 끌리는 데로 살아서인가 보다.
남은 시간도 혼자의 재미를 찾으며, 소담소담한 일상을 만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