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a Mar 04. 2024

16. 뒤통수가 빤질빤질한 고양이

참기름 바른 것처럼 반들반들한 뒤통수

  외국이었나. 어느 동상의 발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동상의 발은 사람들 손을 타서 광이 날 정도로 반들반들해졌다고 했다.

  바니의 뒤통수를 쓰다듬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이 이야기가 자꾸만 떠오른다. 왜일까. 그 동상과 바니의 닮은 점이라고는 사람의 손때가 묻어서 반질반질해진 것뿐인데 말이다.


반질반질


바니는 머리 쓰다듬받는 걸 좋아한다. 정확히는 코에서부터 이마, 둥그런 뒤통수까지 만이다. 목 아래로 내려가면 안 좋아한다. 예전 글에도 썼던 것 같은데 다시 써본다. 하여튼 그래서 백 번 중에 팔십 번 정도는 머리만 쓰다듬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뒤통수가 참기름을 바른 것처럼 반질반질해졌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뒤통수만 윤기가 좌르르 돈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미묘해진다. 반질반질하게 만든 손때의 근원지를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맨날 수정구슬 문지르듯이 뒤통수만 쓰다듬은 탓이겠지. 생각해 보니 뒤통수는 바니 스스로 그루밍을 못하는 부분이구나. 그루밍해줄 것도 아니면서 떡지게 해서 언니가 미안. 그렇지만 너무 동그랗고 부드러워 보여서 참을 수가 없었어. 쓰다듬어줄 때마다 행복하다고 고릉고릉하는 통에 쓰다듬을 멈출 수가 없었어.


빤질빤질

  


  멀리서 보면 정수리랑 뒤통수만 너무 반질반질해서 요즘은 최대한 골고루 쓰다듬어주려고 한다. 바니는 내가 다른 곳을 쓰다듬어주려고 하면 후다닥 머리통부터 들이밀지만, 박치기 공룡처럼 내 손에 이마를 냅다 들이받지만, 그래도 가능한 노력하고 있다.




얼굴을 쓰다듬어줄 때만 나오는 표정


  가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만져서 발이 맨질맨질해졌다던 동상이 떠오른다. 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동상의 발을 만졌을까. 동상이 발이 맨질맨질해질 때까지 만지면서, 그 많은 사람들은 무얼 바랐을까. 행복 같은 거였을까. 어쩌면 내가 바니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하는 생각과 결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전 03화 15. 가위눌림을 몰아내는 고양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