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력 일기
잘 살려는 노력은
어쩌면 잘 죽기 위한 것이 아닐까.
쪽방촌에서 시체가 되어 나가는 일.
누군가에게는 최악, 그러나 그에게는 최선의 죽음을 위해 그도 그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한다.
살아보겠다고 땡볕에도 한파에도 파지를 줍고, 40년간 연을 끊고 산 부모를 찾아 궁색한 부탁도 청해본다. 살아 보겠다고, 잘 죽어 보겠다고.
세상은 불공평하다. 어떤 출발선에 있었는지 알지 못한 채 왜 그것밖에 살지 못했냐 탓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
벼랑 끝 모서리에 매달려 다시 오르기보다는 손을 놓아버리는 편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을 지키겠다 다짐하는 가녀린 그로부터 뜨겁고 울컥한 무엇이 훅 들어온다.
수십 년간 존재했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2021년.
조금 더 가까이서 그것들을 관찰하는 2022년이 되기를. 피이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