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회사 정리기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주말에 수상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운영하고 있는 공간(겸 내가 일하는 곳)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공원' 같은 곳이다. 계절감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날이 좋으면, 연인, 가족, 혼자 할 것 없이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종종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방문하곤 하는데, 방문 목적과 상관없이 같은 업계는 같은 업계를 알아보는 법이다. 관심을 두는 곳이 비슷하기에 질문이 꽤 날카롭다. 여기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인지, 어떤 회사가 운영하는 곳인지 물어보는 질문이 그렇다.
꼭 묻지 않더라도 같이 온 일행과 나누는 대화나 그들의 카메라가 어디를 향하는지에서도 알 수 있다. 작게는 가격표, 안내문, 디자인 제작물들부터 선반장, 트레이 등 대형 집기까지. 남들이 보기에는 자잘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민 혹은 손님과 맞닿은 부분을 재빠르게 수집해간다.
사실 이런 분들은 마주치게 되면 내적 반가움이 생긴다. 자주 만날 순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최근 1주일 간 반가운 일이 너무(?) 많았다. 그 이유는, 우리를 대신해 이 공간을 운영할 대행업체에 대한 공고가 나갔기 때문이다.
공간에 입주해있는 분들이 심심찮게 제보를 해주셨다.
"저번 주말에 어떤 분들이 오셔서 이상한 걸 물으시더라고요... 프로그램에 대해서 묻는데 내용을 묻는 게 아니라 어디서 진행되는지, 몇 팀이 쓰는지."
평일에도 내 눈으로도 두 팀 정도 봤으니, 꽤 많은 분들이 공간을 살펴보고 간 것 같다. 내가 직접 마주한 그들은 메뉴판을 손에 쥐고 의자에 앉아 점원과 시선이 마주치기 위해 눈을 열심히 굴렸다. 평소라면 모르겠지만 달갑지 않은 상황에 애써 그 시그널을 피했다.
집주인에게 등 떠밀려서 나가야 하는 상황에 집 보러 온 사람이 곱게 보일 리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집 보러 온 사람은 아--무런 잘못이나 악한 의도가 없다.) 이미 여기는 나의 전 직장이 되는 것이 확실해졌기에 앞으로 더 잘 될수록 내게 나쁠 것이 없다. 오히려 전에 하던 프로젝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더 최악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분들이 오셔서 여길 더 활성화시키는 것이 내겐 도움이 된다. '그래, 이제는 감정보단 이성이 앞선다. 그렇게 감정 낭비하지 않고 잘 지나칠 수 있다.'라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이번 달 말이면 '운영 대행'이 선정되고, 3월 초중순이면 인수인계를 한다. 과연 어디까지 인계를 할 것인가.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
몇 주 전 나갔던 운영 대행 공고문을 다시 본다. 다시 봐도 짧은 기간과 넉넉지 않은 예산.
그래도 좋은 분들이 많이 신청하셨길, 좋은 분이 선정되시길 바란다.
처음엔 쫓겨나는 임차인의 마음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소개팅 자리에서 마스크를 벗기 직전의 마음이다.
다음 운영사를 기다리는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이 글과 함께 2월을 마무리해본다.
실은 '상견례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쓰려고 했지만, 아직 자식이 없어 그렇게 쓰지 못했다...
마지막 소개팅이 08년 니, 실은 소개팅에서 마스크를 벗기 전의 마음도 잘 모른다...
하지만 며칠 전 소개팅을 하신 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가장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해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