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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에디씨 Feb 04. 2022

뱀띠끼리 한 잔?

기획자의 회사 정리기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모두가 떠나가기 전 조촐한 술자리가 마련됐다.

몇몇 경영진과 중간 관리자 정도가 함께 하는 자리다. 그래 봐야 다들 서른 언저리긴 하다. 유독 뱀띠가 많다


나는 종종 술을 마신다. 보통은 우울한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술을 마시진 않는다. 오히려 한 주의 마지막 날이나 큰 일을 끝낸 날, 혹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동료들과의 자리 등 기분 좋은 감정에 흥을 더하기 위해 마시곤 한다.


이번 자리는 막 기분이 좋거나, 흥을 돋우거나 하는 자리는 아니긴 하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됐다. 근데 내부에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누구의 탓으로 우리가 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 나가는 처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최종 통보(정리)가 있고 난 후부터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다. 모여서 회의를 하기도 했다. 경영진 중에는 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그분은 얼마 전 그만두셨다.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땐, 경영진들도 우리와 비슷할 거란 생각은 못했다. 그들은 이 사업을 시작했던 사람이기에 당연하게 나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는 나는 피해를 1도 받으면 안 되고, 모든 피해는 그들이 감수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물론 이 생각이 지금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나와 똑같이 상실감을 느끼고, 이후의 삶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것이다. 아마도 '상실감' 측면에서는 나보다 더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처음부터 기획했기 때문일 거다.


@영화 타이타닉(1997)


이젠 그 급박한 상황과 격한 감정에서 모두 빠져나왔다. 그리 화날 것도, 이익을 더 챙겨야 하는 것도 없는 상태다.


모두가 잘 되길 바란다. 동료 범주가 아니었던 그들도 이제는 앞으로를 먹고 살 방법을 찾아야 하는 나와 같은 처지다. 동료가 늘었다. 오늘 자리도 기분 좋은,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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