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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Nov 14. 2024

아이 어른 노인

스무 살의 너에게


아이 어른 노인     


5월 8일 어버이날은 1973년에 제정, 공포(公布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림)되어 2022년 50주년을 맞았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여 경로효친 행사를 해오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어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변경 후 지정하였다.     



삼강오륜(三綱五倫 유교의 도덕에서 기본이 되는 세 가지의 강령과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도리.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과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을 통틀어 이른다)까지 들먹이며 모든 윤리강령을 실천하며 살기에는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한두 가지 기본은 지키며 사는 것이 흔히들 말하는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예(禮)와 효(孝)가 실종된 사회가 되었다. 핵가족화, 1인 가구가 늘어난 것이 한몫하겠지만 사실 그것과는 별개 문제다. 대가족 문화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니 말이다.     


'효'는 둘째치고 '예'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자. 

길을 가다가 나이 지긋한 중장년과 젊은 사람이 시비가 붙었다.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풍경인 ‘너 나이 얼마나 먹었어?’ ‘너는 집에 삼촌도 없냐?’ ‘집에 아버지도 없냐?’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바로 맥락 없는 응수가 돌아온다. ‘먹을 만큼 먹었다’ ‘그래. 없다.’ ‘가족은 건들지 말자’ 나이를 떠나 덩치 크고 싸움을 잘할 것 같은 상대에게만 아주 겸손할 뿐이다. 


본인이 아무리 덩치가 크고 인상이 험상궂어도 어른이 지나가면 피우던 담배를 슬그머니 숨기며 고개를 돌리던 시절은 지났다. 강한 척하고 어른을 봐도 똑바로 바라보며 기 싸움에서 이겨야 내가 강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시절이 되었다. 그것이 마치 대단한 훈장이자 무용담인 양 친구들 사이에서 어깨를 으쓱하며 뽐내는 것이 자랑인 세상이 되었다. 나라를 구한 것도 아니고 악(惡)에 맞서 싸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이지 부끄러워도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 없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노인은 이제 더 이상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바른말을 할 수가 없다. 

비단 노인이 아니라도 약해 보이는 어른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어른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나보다 약해 보이는 한 사람일 뿐이다.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하다. 옛날에 나이가 지긋한 어른이 ‘이놈의 자식들’이라고 크게 호통을 치면 별로 무섭진 않아도 어른 대접한다고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던 시절은 더 이상 없다. 이는 분명 영화나 TV 같은 대중 매체의 악영향이 크다. 언젠가부터 책과 사색에서 멀어지고, 영상을 일방적으로 쉽게 받아들이며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미디어에서 노출되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학습이 된 것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극적이고 쉬운 건 금세 따라 한다. 본인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어렵고 힘든 일은 쉽게 따라 하지 않는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거니와 무엇보다 어렵고 귀찮기 때문이다. 갈수록 귀찮고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쉽고 자극적이고 빠른 결과가 나오는 일에 치중(置重 어떠한 것에 특히 중점을 둠)한다. 어른을 어른으로 보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것도 그것에 속한다. 마치 본인이 영화에 나오는 슈퍼 영웅이라도 된 듯이 말이다. 힘없는 노인을 이긴 젊은이의 이름이 슈퍼맨이었던가?     


미디어를 통해 그런 불량스럽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와 청년들이 어른들에게 그렇게 해도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문제다. 물론 누가 봐도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도 있으니 그런 사람은 별개로 치자. 그런데 문제는 어른 같지 않은 어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새끼만 귀한 줄 알고 가정교육을 등한시하며 키운 부모 탓도 크다. 아니면 부모는 가정교육을 올바르게 했는데 부지런하게도 스스로가 알아서 삐딱하게 자란 탓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나이대접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 중략 -



2024년 11월 출간

<스무 살의 너에게>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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