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석현 Sep 09. 2024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스무 살의 너에게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동기생과 친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학창 시절 함께 학교에 다닌 사이는 동기생(同期生)이고, 그중 마음을 터놓고 절친하게 지낸 사이가 친구다.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을 친구라고 한다. 나이만 같다고 친구라고 하기에는 세상 모든 동갑내기를 친구로 삼아야 하니 무리가 있다. 그 시절 잠깐 어울렸더라도 고등학교 졸업 후 오랜 세월 동안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 한번 없이 지낸 사이에 친구 운운하기는 어색하다. 학교를 같이 다녔다고 다 친구가 아니다. 그저 학교 동기로 해두는 것이 좋다. 친구와 동기생은 그렇게 구분해도 괜찮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십 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고등학교 동기생 중 한 명이 졸업 동기들의 근황을 하나둘씩 모아 동창회 모임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동기들의 연락처를 알게 된 나는 만나고 싶었던 몇몇 친구들과 모임을 따로 가졌다. 전체 공지를 올리지 않고 소수의 인원만 따로 모인 것을 알고, 처음 모임을 만들었던 친구가 많이 섭섭해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 친구도 여러 사건을 겪은 뒤 친구와 동기생은 구분해야 한다는 내 말이 이해된다며 동의했다. 그 후 지금은 나의 가장 큰 우군이 되었다.


나에게는 동갑이지만 서로 존칭을 쓰며 지내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내가 경기도 광명으로 처음 이사 갔을 때 만난 지인인데, 지금까지 십 년 넘게 서로 존칭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내가 다니는 복싱장 관장님인데, 처음에 몇 번 말을 놓자고 해서 정중히 거절했더니 다음부터 자연스레 서로가 존칭을 쓰며 지금까지도 잘 지내고 있다.


존칭을 쓰면 서로 존중하게 되고, 존중하니 어렵게 대하고, 어려우니 조심하게 되고, 조심하니 실수할 일이 줄어든다. 실수할 일이 줄어들면 서운할 일도 줄어드니 관계가 오래간다. 동갑내기끼리 가장 많이 싸우고 서로 실수하는 일이 많다. 위아래로 나이 차이가 나면 오히려 실수를 덜 한다. 동갑내기가 서로 실수를 많이 하는 이유는 상대와 나의 경험치가 같거나 비슷하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니 상대를 존중하기보다는 얕잡아본다. 상대를 좋아하는 것과 수준을 비슷하게 보고 얕잡아 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같은 세월을 살아왔어도 그 경험치와 사고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격차는 더 심해진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이라도 많다면 인생 선배라는 생각으로 존중 겸해서 어느 정도 인정하고 들어가겠고, 조금 어리다면 그쪽에서 나에게 그렇게 대할 테니 조금 대접받고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동갑은 그것이 참 힘들고도 어렵다. 비슷한 세월을 살아왔으니 수준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으로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고, 학창 시절 동기가 아닌 사회에서 만난 사이일수록 정도는 조금 덜하겠지만 어릴 때 만난 사이일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하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이 제일 심한 시기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서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만난 친구에게 반갑다고 쌍욕을 한다면 누구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졸업 후 시간이 흘러 이제는 사회의 일원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고,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다. 졸업 후 서로 연락도 없었고,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학창 시절 동기였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대한다면 상대의 인성을 의심해볼 여지가 충분하다. 친근하게 대하는 것과 함부로 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친밀한 사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사람은 사소한 것으로 감정 상하고, 감정이 상하면 자연스레 멀어지고 안 보게 된다. 한번 멀어진 마음은 다시 가까이하려 노력해도 이전처럼 가까워지기가 무척 힘들다. 학창 시절에야 안 보고 살려고 해도 매일 학교에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후에는 생활반경이 다르니 얼마든지 안 보고 살 수 있다. 굳이 편하지 않은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필요가 없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는 악연에 가까운 사이라 친구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무척 부담스러울 수 있다. 사회에서 만나 서로를 존중하며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부지기수다. 굳이 학창 시절 잠시 어울렸다는 이유로 평생 인연을 이어 나갈 필요는 없다. 서로 간에 존중이 바탕이 되지 않는 친구 사이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종교도 정치도 가치관이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인간관계가 서서히 좁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카푸어, 영끌쪽, 문신충은 피해라. 만나서 도움은 안 될지언정 만나서 서로를 힘들게 하는 친구는 만나기 싫다. 친구가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해주며 내가 밥을 한번 살 수 있는 사이가 되어야지 그걸 빌미로 밥 한 끼 얻어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친구의 좋은 일에 내가 먼저 밥을 사겠다고 나서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긴 그 친구가 십중팔구 먼저 밥을 산다. 염치없는 사람 곁에는 파렴치한 사람이 모이고, 센스있는 사람 곁에는 또 그런 사람이 모인다. 사람은 그렇게 끼리끼리 모이고, 사람은 그렇게 닮아간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일을 하는 것이 힘든지, 안 하는 것이 힘든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의 경우는 무엇을 하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것이 쉽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니 힘들 이유가 없다. 하는 것은 인위적인 일이지만 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기를 쓰고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일이 생긴다. 좋은 일도 있지만 탈이 생길 때도 있다. 인연을 애써 만들려고 하지 말고, 친구를 애써 구하려고도 하지 마라. 꽃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지나가며 사진을 찍고, 예쁘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좋은 향기가 나는 꽃이 되면 좋은 사람들이 나에게 먼저 친구 하자고 다가온다. 좋은 친구는 내가 애쓰지 않아도 주위에 머무는 법이다.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생각만 해도 느낌이 편한 것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항상 내가 널 믿을 수 있는 것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조그만 오해도 필요치 않은 것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내 자신을 돌이켜 보는 것

- 중략 -     

<가수 신성우 '친구'라 말할 수 있는 건 中>


#사색의향기 #독서포럼 #광명하늘소풍 #아들과아버지의시간 #부부의품격 #박석현 #박석현작가 #박석현브런치 #독서모임 #광명독서모임 #광명독서토론 #광명저자특강 #아버지의편지 #다산편지 #자기계발 #자녀교육 #좋은글 #좋은글귀 #다산 #다산의마지막편지 #뼈때리는말 #뼈때리는이야기




※ 제 브런치의 모든 글은 생각이 날 때마다 내용을 조금씩 윤문(潤文)하여 완성된 글로 만들어 나갑니다. 초안 발행 이후 반복 수정하는 과정을 꾸준히 거치니 시간이 지날수록 읽기가 수월하실 겁니다. 하여 초안은 '오탈자'와 '문맥'이 맞지 않는 글이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구하겠습니다. 아울러 글은 저자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글입니다. 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겸허한 마음으로 활발히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로 인해 글을 쓸 힘을 얻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저자 박석현 드림>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BeCKb


<아들과 아버지의 시간>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문학 에세이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588808


<부부의 품격>

완성된 부부가 되기 위한 필독서

부부가 함께하는 삶 속에서 얻는 인생의 지혜를 담은 《부부의 품격》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1425909


<다산의 마지막 편지>

‘다산 정약용의 편지’와 함께 시작하는 마음공부!

https://naver.me/Ix7P3khe


SNS 채널을 통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isu9912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charlespark7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rsni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