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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Sep 09. 2024

힘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스무 살의 너에게

2024년 현재. 나는 대학교 1학년 아들과 고등학교 1학년 딸아이가 있다. 이 책 <스무 살의 너에게>는 올해 스무 살이 된 아들과 나의 이십 대, 그리고 이 시대의 스무 살과 이십 대를 떠올리며 기획한 책이다.


학교를 마치고 서울 생활을 시작한 나는 가정을 꾸리고 근 20년을 수도권에서 살았다. 일 년에 한두 번 고향에 내려왔다 올라갈 때마다 왠지 모를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시원함과 서운함,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여러 감정을 말이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 고향이고, 부모님이 계신 곳이 고향이라면 나는 또다시 고향을 등지고 내 자리가 아닌 곳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었다. 1994년 방영된 드라마 ‘서울의 달’ 주제곡인 장철웅 가수의 ‘서울 이곳은’이라는 노래가 끊임없이 떠오르는 서울 생활이었다.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라는 노래 가사를 유난히도 많이 되뇌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정신없이 사회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미처 느끼지 못했다. 아이들이 조금 성장하고 나니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멀리서 늘 마음이 쓰였다. 나는 아버지와는 여러모로 안 맞는 편이지만 가까이 살면서 옥신각신하더라도 멀리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권 대학에 가려고 마음먹었던 아들을 설득하여 부산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였고, 2024년 1월 15일에 근 20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냥 환향(還鄕 고향으로 돌아옴)이었다. 그래도 나이 드신 부모님 댁 근처로 이사를 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지난 20년간 아이들을 위해서 살았다면 남은 20년은 부모님을 위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가족이고 그것이 부모 자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으로 이사를 온 뒤 10년 정도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고 난 뒤 약 먹는 것보다 약값이라 생각하고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예전에 아들과 무에타이를 한동안 한 적이 있어서 비슷한 운동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집 근처에 있는 복싱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격투기를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다면 그 운동의 중독에서 쉬이 벗어나기 힘들다. 격투기는 둘이서 하는 운동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 하는 운동이라고 봐도 좋다. 스파링이나 시합을 나가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혼자서 단련해야 하는 운동이다. 내가 운동할 때 주위에 함께 운동하는 사람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힘들어?”

“네. 힘들어요”

“그래 잘하고 있다. 힘들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다.”     


나는 사실 매일같이 체육관에 나가기 전에 오늘 하루만 쉬면 어떨까 하는 유혹에 빠진다.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유혹에 흔들리지만, 하루를 쉬면 다음 날이 더 힘들다는 걸 알기에 힘든 몸을 이끌고 억지로 체육관으로 향한다. 체육관에 도착해서 줄넘기만 잡으면 어떻게든 시간이 간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매일 느낀다. 3분 1라운드에 중간 휴식 시간을 1분으로 타이머를 설정해놓고 운동을 시작한다. 3분은 3시간처럼 길고, 휴식 시간 1분은 마치 1초처럼 짧게 느껴진다. 한두 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있지도 않은 동료들을 다 불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마치고 찬물로 샤워한 뒤 선풍기 앞에 서 있을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나이가 들면서 느낀 게 있다.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인생을 조금 더 진하게 살았을 테지만 더 늦기 전에 알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힘들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고, 힘들지 않으면 공부가 아니고, 시련이 없으면 인생이 아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고해(苦海: 고통의 세계, 고통의 바다)가 시작된다. 몸짱이 되고 싶은데 힘든 것은 싫고, 공부는 잘하고 싶은데 공부하기는 싫고, 똑똑해지고 싶은데 책은 읽기 싫은 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원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세상 이치다. 힘들게 해야 무엇이든 이루어진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라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힘들어?”

“응. 당연히 힘들지. 안 힘들면 운동이 아니지”


이 말을 들으면 아이들이 세상 이치를 조금은 깨달은 듯하여 뿌듯한 생각이 든다.


어느 부모는 자식이 명문대를 못 가서 고민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다른 부모는 명문대 못 간 게 무슨 고민이냐며 자식이 학교에서 중간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다른 부모는 반에서 중간 못 하는 게 무슨 고민이냐며 자식이 학교만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른 부모는 학교에 안 가는 게 무슨 고민이냐며 자식이 집에만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고, 그 말을 들은 다른 부모는 자식이 집을 나간 뒤 크게 다쳤다며 집에 안 들어와도 괜찮으니 몸만 성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다른 부모는 자식이 얼마 전 저세상으로 갔다며 눈물을 펑펑 쏟는다. 자식이 불구라도 좋으니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식이 명문대를 못 가고, 반에서 중간도 못 하고, 학교에 안 가는 게 과연 고민이 될 수 있을까? 법륜스님의 강의에 종종 소개되는 이야기다. 이처럼 사람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욕심을 부린다. 세상에 나만 아프고 힘든 것 같지만 사실은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든 사람도 꿋꿋하게 잘살고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욕심을 부리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작은 집이라도 집이 있어 행복하고, 가족이 있어 행복하고, 밥을 떠먹을 수 있는 손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 더 큰 욕심을 바라는 것은 사치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욕심을 줄이고 순간을 열심히 살면 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매사에 열심히 살면 결국 무언가가 이루어진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과도 같다. 인과관계(因果關係)의 앞뒤가 조금 바뀌었다 뿐이지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매한가지다.


우리 삶에서 ‘힘듦’이 디폴트값(Default 기초 설정값)이고, 가끔 찾아오는 행복은 평소 힘듦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끔 보상처럼 주어지는 행복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면 인생이 고달파진다. 지금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꿈꾸는 것은 욕심이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노력이다. 그렇다면 욕심을 부릴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부터 해보는 것이 낫다. 멋진 몸을 만들고 싶다면 그만한 고통을 수반해야 할 것이고, 성공하고 싶다면 그만한 노력을 해야 한다. 힘들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고, 힘들지 않으면 공부가 아니다. 큰 성공은 작은 성공 뒤에 따라오는 법이다. 무엇이든 힘들게 해야 한다. 편하게 하는 방법은 없다. 힘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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