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아빠의 편지
약관(弱冠)
스무 살을 달리 이르는 말로서 공자(孔子)가 스무 살에 관례(冠禮 남자가 성년에 이르면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상투를 틀고 갓을 쓰게 하던 행사)를 한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스무 살. 그야말로 황홀하고도 찬란한 시기다. 인생의 황금기이기도 하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유를 만끽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을까? 내 팔뚝보다도 작게 태어난 너를 안아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아빠만큼이나 자랐구나.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이제 스무 살이 된 너를 보노라면 걱정보다는 꿈, 찬란함, 미래라는 희망스러운 단어들이 떠오른다. 12년이란 시간 동안 네가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를 곁에서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러기에 너의 지난 학창 시절이 너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고 또 뜻깊은 시간이었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좋은 추억도 만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지나온 너의 학창 시절을 유추해보면 네가 이십 대 시절을 어떻게 보낼지도 어렴풋이 짐작되는구나.
너의 유년 시절을 포함해 학창 시절을 보내며 경험한 것들이 네가 살아가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절제하고 해야 하는 것들에 매진했던 모습을 보며 너의 미래를 그려본다. 분명 초중고 시절보다는 제대로 된 학문을 공부해나가는 대학 생활을 더 잘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대학을 가지 않는다면 첫 사회생활이 되겠구나.
사랑하는 아들 딸아.
궁색하게 살지 마라. 궁색하게 살지 말라고 하여 사치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있는데 안 쓰는 것과 없어서 못 쓰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꼭 써야 할 곳에는 쓰되 평소에는 검소하게 살도록 노력하라는 말이다. 평소에 흥청망청 쓴다면 나중에 정작 써야 할 곳에는 쓸 수 없다. 늘 비가 올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사치를 삼가라. 사람들은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며 살아간다. 결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언가를 사지 마라. 자랑은 유치원 때 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겉을 꾸미는 것보다는 머릿속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며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 외제 차를 굴리며 카푸어로 살아가는 것 보다는 유동자산이 많은 것이 좋다. 정말 부자들은 겉으로 표가 나지 않는다. 안팎으로 가진 게 없으니 더욱 사치품으로 치장하는 것이다. 명품을 탐하고 명품으로 치장하는 사람을 멀리해라. 속 빈 강정일 경우가 많다.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 한다. 항상 너의 내면을 먼저 가꾸어라. 단, 너를 성장시키는 일에는 얼마든지 사치해도 괜찮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인성이 우선이다. 겸손해라. 늘 겸손해야 한다. 겸손은 백번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겸손하되 기죽지는 말거라.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인성 논란으로 하루아침에 훅 간 사람들을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볼 수 있다. 겸손이 인생 최대의 덕목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건방진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늘 겸손하되 자신감은 잃지 않도록 해라.
사랑하는 아들 딸아.
술은 기분 좋게 마셔라.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마시는 술은 독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맨정신으로 있는 것이 좋다. 차라리 영화를 보거나 산책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낫다. 술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분으로 마셔라. 한 잔의 술이 때로는 사랑의 묘약이 되고 때로는 우정을 다짐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술을 적당히 활용하면 좋을 것이나 부디 과음은 삼가도록 해라.
사랑하는 아들 딸아.
인생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며 살아라. 사람마다 생각하는 가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네 부모가 너에게 늘 강조하며 가르친 것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 너만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스무 살에 네가 찾은 가치가 흑(黑)인데, 세월이 흐른다고 하여 그것이 백(白)으로 바뀌는 일은 드물 것이다. 보통은 비슷한 색깔을 찾아가는 법이다. 처음에 네가 찾은 가치가 다홍색이라면 시간이 흐르면 붉은색 정도로 바뀌는 수준일 것이다. 스무 살이란 나이에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너만의 기준을 세우고 진정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라. 기준을 세웠으면 지금부터 가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시작하면 된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성에게 친절해라. 여자는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늘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무릇 신사는 여인에게 상냥한 법이다. 다만 마음에 드는 이성이 생겼다면 뭇 여인들에게는 조금 덜 친절한 편이 네 신변에 좋을 것이니 현명하게 처신해라. 자고로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는 법이다. 남자든 여자든 멋지고 매력이 넘치는 이성일수록 위험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잘나고 착하고 현명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테지만 누구나 그런 상대를 원하니 그런 이성을 만날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잘 한번 찾아본다면 운 좋게 만날 수도 있으니 노력해보거라. 여자를 잘 만나 인생이 바뀌는 일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여자를 잘못 만나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쁜 여자를 만나면 3년이 행복하고, 착한 여자를 만나면 30년이 행복하고, 지혜로운 여자를 만나면 3대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이성을 만날 때는 늘 신중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여라.
사랑하는 딸아.
남자를 조심해라. 세상 남자는 아빠 빼고 다 늑대다. 물론 연애 경험이 많을수록 좋은 남자를 고르는 눈도 점차 나아질 것이니 다양하게 만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무척이나 험하다. 하루가 멀다고 데이트 폭력이 일어난다.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한다. 결혼까지 볼 필요도 없다. 연애 시절 남자를 잘못 만나 큰일을 당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외모만 잘난 남자보다는 마음이 잘난 남자를 만나라. 사람 얼굴 뜯어먹고 사는 거 아니다. 외모는 많이 못나지만 않으면 된다. 남자를 고르는 기준을 마음이 잘난 남자로 정하면 크게 어긋남이 없다. 너를 아껴주고 매사에 책임감 있는 남자를 선택해라. 번드레하게 몸만 가꾸는 남자보다는 뇌가 섹시한 남자, 자기를 올바르게 관리하는 남자를 만나면 쉽게 질리지 않고 나날이 즐거울 것이다. 유희를 쫓기보다는 올바른 목표를 쫓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좋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이제 성인이 된 첫해인 스무 살이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되거니와 그리하고 싶다고 해서 완벽할 수도 없다. 스무 살인 지금은 캔버스에 어렴풋한 그림을 그려놓고 조금씩 선명하게 만들어가는 시기다.
실수해도 좋다. 넘어지면 일어나서 다시 걸으면 된다. 내일 조금 더 빠르게 걷거나 천천히 뛰면 된다.
힘이 들면 잠시 쉬어도 좋다. 쉼 속에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조금 늦어도 좋다. 언젠가는 다 만난다.
실패하고 좌절해도 좋다. 실패를 통해 경험이 쌓이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네 곁에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20년 동안 매일 얼굴을 보며 지냈는데 어느덧 아기 새가 자라 이제는 둥지에서 떠나갈 나이가 되었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든 대학 생활을 시작하든 지금까지처럼 자주 볼 수가 없으니 네가 참 많이 보고 싶을 것 같구나.
찬란한 너의 스무 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항상 너를 믿고 응원한다.
사랑한다.
스무 살을 맞은 이 시대의 아들 딸에게
ps. 네가 태어나던 날 받은 탯줄로 도장을 만들어 스무 해가 지나 성인이 된 너에게 이 편지와 함께 전달한다. 도장(사인)은 함부로 찍으면 안 된다. 이 도장은 인감도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구나.
2024년 11월 출간
<스무 살의 너에게> 내용 발췌
- 인간이 죽어도 그 업(業)에 따라 육도(六道)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불교교리. 힌두교교리
첫째는 지옥도(地獄道)로서 지옥에 태어난 이들은 심한 육체적 고통을 받는다.
둘째는 아귀도(餓鬼道)로서 지옥보다는 육체적인 고통을 덜 받으나 굶주림의 고통을 심하게 받는다.
셋째는 축생도(畜生道)로서 네 발 달린 짐승을 비롯하여 새·고기·벌레·뱀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넷째는 아수라도(阿修羅道)로서 노여움이 가득찬 세상으로서, 남의 잘못을 철저하게 따지고 들추고 규탄하는 사람은 이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다섯째는 인간이 사는 인도(人道)이다.
여섯째는 행복이 두루 갖추어진 하늘 세계의 천도(天道)이다.
곧 인간은 현세에서 저지른 업에 따라 죽은 뒤에 다시 여섯 세계 중의 한 곳에서 내세를 누리며, 다시 그 내세에 사는 동안 저지른 업에 따라 내내세에 태어나는 윤회를 계속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