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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Nov 24. 2022

63. 눈물이난거야, 옆으로 누워서 눈물이 난건지

평일 오후, 카페에서 지인과의 대화중

가만히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 하루가 고되었는지 금세 눈이 감겼다. 잠은 오지 않는데 온몸이 피로에 쌓여 눈꺼풀이 무거웠다. 어둠이 무겁게 날 짓눌렀다. 무게가 느껴져 팔을 뻗어 허공을 휘저었다. 문득 눈물이 났다. 옆으로 누워서 눈물이 난 건지, 날이 추워서 코끝이 시려서 눈물이 난 건지 모를 일이었다. 따듯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르자. 금세 다른 눈물들도 따라 흐른다.


우울은 살금살금 소리 없이 찾아온다. 왁자지껄 사람들과 잘 지내고 돌아와 꼼꼼히 세수도 하고 약도 잘 챙겨 먹었다. 잠만 자면 될 일이었다. 그저 누웠을 뿐인데 두꺼운 솜이불을 덮었는데, 알고 보니 두꺼운 우울을 덮었나 보다. 눈을 떠보면 까만 천장이 멀뚱히 나를 쳐다본다.


우울은 왜 오는 것일까.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소리 내며 물어본다. 대답하는 이가 없는 것을 알지만, 나는 계속 묻는다. 상담을 할 때도 항상 묻지만 명쾌한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뼈가 부러지면 깁스하면 된다. 장기에 혹이 나면 제거하면 된다. 마음에 생긴 우울은 어떻게 하면 떼어낼 수 있을까. 우울이란 검정 덩어리를 하얀 천으로 계속 덮는 꼴이다. 검은색이 천을 스며들 때마다 새로운 천을 덮지만, 계속 새어 나온다. 나는 끊임없이 하얀 천을 덮는다. 결국 검정 덩어리는 더더욱 커진다.


그 덩어리를 조각내 잘게 부수어 버릴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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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난거야, 내가 옆으로 누워서 눈물이 난건지 몰라도

눈물이 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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