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비가 많이 내린다. 이런 날 꼭 버스는 빨리 지나간다. 택시를 열심히 불러본다. 콜택시는 차가 없다는 차가운 안내원의 말을 전해온다. 가까운 거리라 기본요금만 나와서인지 카카오 콜도 택시가 안 잡힌다. 5분 10분 거리의 택시를 찾는다는 알림이 지나가면 초조해진다. 전에 15분 거리에 택시가 잡혔다가 취소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기억이 있다.
급히 호출 취소 버튼을 누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 원 더 추가하는 스마트 콜로 호출을 한번 더했다. 처음 해보는 거다. 원래 택시 타는 것도 돈 아깝게 생각하는 나인데. 오늘은 다급한 마음에 시도해본다. 다행히 이번엔 잡혔다. 천 원의 힘이 큰 건가. 일분 거리에 택시가 잡혔다. 천 원의 운이다.
지각은 면했다. 상사에서 눈치 보는 전화를 안 해도 된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예약 등을 켜고 온 택시가 반갑다. 안 접히는 우산을 겨우 접어 올라타자마자 택시 운전기사의 친절한 인사에 다행이다 싶다. 가끔씩 가까운 거리에 띠꺼운 티를 내는 분이 있다. 그러면 돈을 내는 건 나인데도 괜히 눈치를 살피게 된다.
비 오는 날이라 택시 잡기 힘들지 않냐는 운전기사 아저씨의 다정한 물음에 나도 가볍게 웃으며 힘들었다고 투정해본다. 가는 길 아저씨의 전화가 울린다. 아들에게서 온 전화다. 굳이 나에게 받아도 되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얼마든지 괜찮다고 답했다.
바로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아버지 일어나셨어요? 다정한 아들의 안부 인사인가 했다.
이미 8시 34분이 지나가는 시간. 일하러 나오신 부지런함을 모르시는가.
할 일 없어 대화에 귀 기울이게 된다. 바로 아저씨는 '이미 출근했다' 답한다.
아들은 오늘 아버지 생신 축하드린다고 말한다. 괜히 뒤에서 뜨끔한다.
아저씨는 이미 생신 아침까지 먹고 점심은 누나랑 먹기로 했다는 사이좋은 관계를 느끼게 하는 말을 하신다.
행복한 가족상이다. 생신 아침을 챙겨주는 아내의 모습이 그려지고 다정한 아들의 생신 축하를 받고 점심은 또 가까이 살 것 같은 딸과 식사까지. 거기다 아들은 내일 보자는 말까지 한다.
잠깐 사이 다른 가족의 행복한 모습에 훈훈해진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전화가 끊기고 도착지점까지 조용하다.
나는 괜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 헤어져 제대로 생신도 챙겨 드린 적이 없다.
혼자 울컥하게 되는 아침이다.
택시를 내리며 늘 기사 아저씨에게 하는 감사 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생신 축하드립니다. 말하며 내렸다.
아저씨의 감사 인사도 들리고 나의 마음도 따뜻해진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도 생신 축하드린다 말하고 싶다. 나이가 하나씩 들어갈수록 가끔씩 더 생각이 난다.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선물과 함께 매년 하고 싶은 말이다. 한 번씩 상상해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