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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미와 도달가능미의 괴리

8년 전에도 나는 똑같은 목표를 세웠다고?

by 장대지

8년 전 메모를 보고 얼이 빠졌다. 마치 8시간 전에 쓴 것처럼 현재 목표와 같았기 때문이다.

8년 전 목표는 크게 4가지였다.


1. 영어 잘하기

2. 글쓰기로 돈 벌기

3. 성과 기록하기

4. 말 잘하는 똑똑이


그리고 올해 다이어리에 적은 목표를 펼쳐 비슷한 구석을 끄집어냈다.


1. 영어로 프리토킹

2. 블로그, 에세이 등으로 파이프라인 만들기

3. 매일 일기 쓰기

4. 분기마다 새로운 분야 도전하기


조금 구체적으로 다듬어졌다 뿐이지 본질은 변함없는 추구미를 보자 맥이 빠졌다. 어떻게 예나 지금이나 생각하고 목표로 하는 게 똑같을 수 있지? 솔직히, 성장하지 못한 나에게 실망했다. 결코 짧지 않은 8년의 시간이 흐를 동안 나는 말로만 원하는 걸 외쳐온 사람이었나. 한 가지 더, 그때도 백수(학생이긴 했지만), 지금도 백수라는 공통점까지 자각하니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무룩한 며칠을 보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8년 전의 나와 8년 후 지금의 내가 정말 같은가? 다시 곰곰 생각해 본 결과, 나는 8년의 세월 속에서 분명히 성장했다. 여전히 같은 건 목표의 방향성일 뿐, 그 안에서는 다음 단계의 성장을 이룬 것이다.


1. 영어 >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1년 간 근무하며 원어민과 30%의 이해도로 프리토킹 가능!

2. 글로 돈 벌기 > 독립출판 펀딩 성공 경험 보유, 브런치 작가 등단, 네이버 블로그 애드포스트 중, 구글 애드센스 도전 중!

3. 기록 > 인스타툰과 유튜브 경험, 블로그 및 브런치로 일상과 생각 기록 중.

4. 말잘 똑똑이 > 프리다이빙, 라이프가드, 한국사, 제과기능사 등 다양한 자격증 보유 중. 말은.. 울지 않고 잘하는 중!


이렇게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된 나를 적어보니 자신감이 솟았다. 나라는 사람은 그때도 원했던 것을 지금까지도 원하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었다. 마음이 놓였다. 오히려 과거에 원했던 내 모습과 아주 동떨어진 곳에 있지 않은 현재가 '나'라는 사람의 일관성과 항상성을 대변해 주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목표가 동일하다는 건 내 삶에서 원하는 모습과 가치가 뚜렷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내가 하나의 도달점이 아닌 기나긴 여행과 모험을 닮은 과정 위에서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애초에 설정한 목표가 '1억 벌기' 혹은 '시험 합격하기'처럼 도달하면 끝나는 종점이 아니었다. 영어든 말이든 잘하고 똑똑하다는 기준은 정하기 나름이고, 글로 돈을 버는 방법과 기록하는 방법도 끝없이 다양하다. 그래서 더더욱 인생의 목표는 특정한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마주하는 길 자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8년 전 추구미와 현재의 도달 가능미를 보며 몇 가지 교훈을 정리했다.

1. 기록의 중요성. 8년 전 목표를 메모한 덕분에 나는 나의 변화, 성장, 그리고 중심 가치를 생각해 보았다.

2.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생의 변곡점을 만나지 않는 이상, 오늘 원하는 것을 내일도 원할 가능성이 크다. 그게 긴 세월 이어진다면 나만의 독특한 개성과 가치의 조합인 것이다.

3. 그러니까, 나를 믿고 원하는 것을 자문하면서 인생이라는 과정을 즐기자!


사람은 생각한 만큼 보고, 계획한 만큼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8년 전의 내가 '우주 비행사 되기'를 목표로 했다면 지금 그 꿈을 이뤘거나, 이루러 가는 길이거나, 적어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인생 길게 보자. 원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되, 한 번씩은 멈춰서 그동안 이룬 것들을 소중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자. 그렇게 꾸준히 차근차근, 내가 사는 시간과 세상을 음미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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