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나를 살리는 방법
2025년으로 넘어오면서 시작한 일상 루틴이 있다. 바로 매일 다이어리 쓰기. 간단하지만 내용은 알차다. 지금까지 2달간 나의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또 알아가는 중이다. 내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새롭게 알게 되거나 분명하게 재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만큼 내가 경험하는 세상이 선명해지고 넓어지는 기분을 매일 느끼고 있다. '나'를 기록하는 퀘스트를 통해 '나 맞춤형' 세상을 설계하는 셈이다.
내가 쓰는 다이어리는 두 가지다. 일기를 포함한 일상 기록용 다이어리와, 스케줄 정리용 플래너. 기록용 다이어리는 아침과 저녁에 총 두 번 펼친다. 아침에는 오늘의 수면 시간을 기록한다. 다음으로 명상과 독서를 하고 감상을 기록한다. 수면 기록을 통해 적정 수면시간을 알아본 결과, 나는 적어도 8시간 이상 잠을 자야 상쾌한 컨디션 유지가 가능하다. 그리고 명상과 독서를 하고 나서 곧바로 요약과 느낀 점을 적어야 효과가 오래 남고 실생활에 활용하기도 좋다. 저녁에는 오늘의 식사와 운동을 적는다. 내가 무엇을 먹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 확인하면 다음 날 계획을 세울 때 참고할 수 있고 식단과 활동을 조절하기도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그날 이동한 공간 별 일기를 쓴 다음 '오늘 하루 최고의 순간'과 '가장 크게 웃은 순간', 그리고 '오늘의 성취'를 꼽는다. 공간별 일기는 시간 순서대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최고의 순간과 큰 웃음 기록으로 수집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 삶에 더 많이 자주 배치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작은 성공이라도 꼭 찾아 적으며 나를 응원하고 북돋으며 내면의 건강도 챙길 수 있다.
플래너로는 연초에 작성한 올해 목표와 우선순위를 토대로 월별 스케줄과 오늘 할 일을 체크한다.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큰 목표를 잊기 쉬워진다. 그래서 최대한 매일 우선순위를 떠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 먼저 해야 할 일과 힘을 쏟아야 할 일이 분명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도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다. 플래너를 덮기 전에는 그날의 종합 컨디션을 달력에 게이지로 기록한다. 이렇게 하면 언제 지치고 언제 힘이 나는지 확인할 수 있을뿐더러 에너지 등락의 대략적인 주기를 예측해 적절한 휴식과 보상을 배치할 수 있어 유용하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이라도 기록하다 보면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록의 양이 늘어나는 만큼 톺아보기 어려워지는 법. 그래서 주간 기록과 월간 기록을 만들었다. 우선 한 주가 끝나면 일주일 간의 일기를 돌아보며 기억하고 싶거나 의미 있는 부분에 색깔 펜으로 선을 그으면서 나를 돌아본다.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부분 중에서 장점과 장점을 끌어올릴 방법을 생각해 보고, 반대로 단점과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떠올려 한 줄씩 적어본다. 더불어 이번 주에 나눈 의미 있는 대화와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확인하며 어떻게 하면 '이 주의 교훈'을 뽑고, 어떻게 하면 보다 생산선을 높이고 사회적 에너지를 조절하고 마음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이렇게 매일의 기록을 한 주의 기록으로 추린 것이 4~5개가 쌓이면 그 달의 알짜배기 기록이 된다. 그러면 이젠 월별 체크리스트를 통해 그 달의 기록을 한 페이지로 요약할 수 있다.
월별 체크리스트에서는 그동안의 컨디션 그래프와 운동, 수면, 식사 기록을 보고 적정했는지 확인한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피드백을 하고 다음 달 계획에 참고한다. 예를 들어 1월에는 주 3회 운동이 수월했고 효과가 좋았으니 2월에는 주 4회로 늘려보자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돌아와서, 한 달의 마무리에는 꼭 '이달의 핫이슈'를 적는다. 이 달의 한 줄 요약과도 같은 건데, 시간이 흐른 뒤 이 부분만 보아도 그 시기에 내가 중요하게 여기고 시간을 많이 보냈던 활동이나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을 정리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일례로 1월에 깨달은 점은 내가 추위에 약한 동시에 추운 것을 질색하며 추운 날 야외에 무거운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급속도로 컨디션이 나빠진다는 것이었다. 이 발견을 통해 겨울에는 외출을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하고, 약속을 잡아야 한다면 실내 위주로 장소를 선택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돌아오는 겨울에는 한국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을 찾아 한 달 살기를 하거나 아예 따뜻한 나라로 긴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목표를 다시 펼치고 얼마나 달성했는지 검토해 본다. 얼마나 달성했는지 양과 질로 따져보며 다음 달 계획의 청사진을 그린다. 이렇게 기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집요하게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만큼 내 존재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이 단단하게 자라고 있다.
이제 곧 2월이 끝나고 3월이 온다. 3월도 여전히 춥겠지만 슬슬 개구리가 깨어나고 싹이 움트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추운 날 컨디션이 나빠지는 나의 특성상 연초 설정한 목표를 많이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움츠러들고 동면하던 겨울이 끝나간다. 작은 도미노라도 하나씩 키우며 쌓다 보면 말도 안 되게 거대한 마지막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힘을 모을 수 있는 만큼 현재의 미미함에 굴하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기로 했다. 기록하자. 잊지 말자. 그렇게 길고 질겼던 겨울이 자취를 감추는 날 활기차게 춤추며 싱그럽게 목표를 이뤄갈 나의 세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