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분꽃

by 보리

분꽃



기다렸던 거니?

뽀얗게 분칠 한

뒷집 옥이가

단발머리 팔랑이며

뛰어가는 것은



그리운 거니?

여름 햇살 머리에 이고

자지러지는 매미 소리로

손나팔 불며 웃던 것은



보고 싶었던 거니?

통통한 귓불 발그레 물들다

끝내 눈 끝에 맺히던

까만 눈물 한 방울



낯 부끄러웠니?

온종일 감춘 얼굴

고개 들어도

해는 저물고

겨우 만난 그리움인데.



여태 누굴 기다리다

해 질 녘, 밥 먹으라 부르는

엄마 목소리에

비로소 피어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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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피는 꽃


해 질 녘이면 꽃잎을 열어

밤새도록 피었다가

아침 햇살에 닫히는 꽃,


분꽃이 그리워한 것은

별이었을까, 달이었을까.

어둠 속에서만 은밀히 빛나던

밤에 피는 꽃.


시골 마당마다 흔하던 꽃,

여자아이들은 그 꽃을 따서

귀걸이를 만들고,

나팔처럼 불고,

까만 씨앗을 쪼개

흰 가루로 분칠 하며 놀았다.


분꽃은 그렇게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였고,

고향의 여름 저녁이었다.


이제는 보기 드문 꽃이 되어

더없이 그리운 이름,

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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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꽃말


수줍음

겁쟁이



분꽃 이름


분꽃’은 씨앗 속 흰 가루를 얼굴 분(粉)처럼 쓴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저녁에 피는 특성 때문에 시계꽃, 4시 꽃이라 불려 영어이름은 4시 정각 Four-o'clock 임.


남미 원산의 원예종이지만, 17세기 전후 한반도에 들어와 400년 넘게 우리 고향꽃처럼 자리 잡음.



폴란드의 분꽃 전설


옛날 폴란드의 한 성주는 늦게 얻은 딸을 아들로 속여 길렀다.

딸은 성장해 충직한 기사와 사랑에 빠졌지만, 성주는 이를 반대하고 기사를 내쫓고 마는데 슬픔에 잠긴 딸은 성을 떠나며 자신의 칼을 성문 앞에 꽂아두었고, 성주는 백방으로 딸을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했다.

이듬해 그 자리에서 딸을 닮은 꽃이 피어났으니 그것이 바로 분꽃이다.

그래서 분꽃은 저녁에야 피어나고, 꽃말은 ‘수줍음’, ‘겁쟁이’가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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