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

호박꽃

by 보리

호박꽃



너도 꽃이냐?

돌아보니

작은 날개 파닥이는 애기땀벌



피었으니 꽃이지.

너도 벌이냐?

꿀 찾으니 벌이지.



그래

날개 작다고 못날 이유 없지

세상 다 구겨졌다 해도

못 살 이유는 없지.



잘 키운 자식 하나

세상에 내놓고

뿌듯한 엄마얼굴 안에

잠든 애기별.



꽃은 꽃자리

벌은 벌 자리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일.



그것만으로도

세상 주름

하나 둘, 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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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호박이 잘 열리지 않는다.

새벽산책길에 커다란 호박꽃아래 어린 호박 하나가 반갑다.

호박꽃 안에 편안히 잠든 애기땀별도 반갑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너무 더워서 벌도 잘 안 보인다.

벌은 18~28℃ 정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 낮 기온이 33~35℃를 넘어가면 꿀벌은 일하러 가지 않고, 벌통 앞에 몰려 집단으로 날갯짓을 하며 벌집 내부 온도를 낮춘다고 한다.


특히 애기땀벌, 잎벌 등 작은 야생벌들은 폭염에는 잘 날지 않고, 새벽이나 해질 무렵 짧게 활동하고, 더울 땐 그늘이나 땅 속 둥지에서 쉬고 있다고 한다.


새끼 같은 작은 애기땀벌에게 젖을 물리듯 꿀을 주는

후덕한 엄마 얼굴을 한 호박꽃.


주먹만 한 호박꽃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보기 좋다.’는 옛말.

예전에는 못생긴 여자에게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안될 말이다.


호박만큼 세상을 배 불려봤는지.

꿀벌만큼 세상에 달콤한 맛을 주어봤는지.


벌이 없는 재앙이 찾아오지 않길 기도한다.


호박꽃과 벌이 함께 있는 풍경이 참 곱다.




호박꽃 꽃말


사랑의 용기, 포용 또는 관대함



호박 효능


면역력 증진, 피부 건강, 눈 건강, 변비 예방, 항염증 효과, 이뇨 작용 촉진하여 부기 완화.





호박꽃 전설


옛날에 한 스님이 황금 범종을 만들다 완성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게 되고 죽어서 부처님 앞에 자신의 일생을 바쳐 만들려고 했던 황금범종을 마무리하지 못하였으니, 인간세상에 보내 달라고 간청하여 환생한 스님.

그러나 세상은 변해 있었고 자신이 준비하던 황금범종을 찾을 수 없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한숨짓던 스님의 곁에 황금색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꽃의 줄기를 따라 뿌리를 캐어 보았더니 그곳에 스님이 만들던 황금범종이 묻혀 있었다.


황금범종을 닮은 그 꽃이 별모양의 예쁜 노란 여름꽃, 호박꽃이었다.



호박꽃과 박꽃의 전설 - 전남 영암 구전 설화


옛날 전라남도 영암에 늙은 부부가 어렵게 얻은 쌍둥이 자매 금동이와 은동이가 있었다. 두 자매는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은 정반대여서 늘 다투고 서로 괴롭히며 부모의 근심이 되었다.


자매는 커갈수록 사이가 나빠져, 부모는 결국 금동이는 낮의 나라로, 은동이는 밤의 나라로 시집보내기로 했다. 떠나는 날, 부모는 작은 구슬을 하나씩 주며 “서로를 그리워할수록 구슬이 커질 것이다”라고 일렀다.


그제야 자매는 지난날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세상을 떠난 뒤 금동이는 낮에만 피는 호박꽃이 되었고, 은동이는 밤에만 피는 박꽃이 되었다.


두 꽃에 맺히는 작은 구슬 같은 열매가 커다란 호박과 박으로 자라는 것은 자매의 그리움 때문이라 전한다. 또한 사이가 좋지 않았던 탓에 호박은 땅바닥에서 열리고, 박은 지붕 위로 올라가 열린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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