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시가 익지 않아서

by 보리

시가 익지 않아서



왜 톡을 안 봐?

시가 익지 않아서...

볕 좋은 데 밖으로 나가.



왜 전화 안 받아?

시가 부풀지 않아서...

부풀리려면 막걸리지.

한 잔 마셔봐.



무슨 고민 있어?

시를 말아먹어서...

맨날 잘되면 그게 사람이냐?



맞네.

나 사람이었어.





시가 익지 않아 서성이던 날,


친구가 왜 톡을 안보냐고 성화다.

‘시가 잘 안 익는다.’ 답하니

햇살이 이렇게 좋은데,

밖에 나가 익히라 한다.


아, 그러면 되겠구나 싶어

뜨거운 햇살아래 마당을 오갔더니

까맣게 탔다.


왜 전화는 안 받냐 묻기에

‘반죽은 했는데 시가 부풀지 않는다.’ 하니

부풀리는 데는 막걸 리가 좋단다.


막걸리 한 병 다 마시고

취기가 올라 낮잠만 실컷 잤다.


오늘은

‘시를 말아먹었다.’ 했더니

기왕이면 물김치에 말아먹으란다.


열무김치 국물이 너무 시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시가 안되고

‘영 꼬인다.’했더니


맨날 잘되면 그게 사람이냐?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람이었다.


뭐든 잘되는 날도 있고

잘 안 되는 날도 있다.


인생도

그렇다.


잘 나갈 때보다 꼬일 때가 더 많다.


시를 익히다가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나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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