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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구절초

by 보리

구절초



서늘한 바람이 허리를 감고 가는

가을 언덕에

한 여인이 앉아 있다.



모든 것을 버리고도 남은 것이 있다면,

너는 무엇을 기다리며

그리도 정갈한 옷을 입었느냐.



어쩌자고

이 깊어가는 가을의 찬 서리 앞에서

끝내 고개 들어 흔들리고 있느냐.


지나온 날들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돌아갈 수 없는 계절 앞에서

그리도 차가운 서리를 이고 서 있느냐.



세상 모든 외로운 길에

그저 홀로 몸을 꺾어

내가 살아가게 하는 기도였던

어머니의 얼굴 닮은 꽃.



보고 싶다는 말 대신

가슴 깊이 묻어둔 그리움.

살아낸 날들이 살만하냐

묻는다.



나도 언젠가

다시 어머니의 품에 안기듯,

저 꽃 안으로 걸어갈 것이다.




들꽃으로 피는 것은 언제나

조용한 쓸쓸함을 끌어안는 일.


다하지 못한 말을 가슴에 묻은 채,

먼 곳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 닮은 꽃.


구절초 앞에 서면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한다.

흰빛이 아니라면

버틸 수 없었을 시간의 무게.


삶의 어둠에 수없이 꺾이고

등이 굽어도

끝내 고운 자태를 잃지 않았던,


숨기고 싶은 상처마다.

기어이 순백의 꽃을 피워 올린 꽃.


간절함 말고는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 마음.

꺾일 때마다

어머니는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났다.

계절이 저물고 난 뒤에도

그리움은 여전히 피어 있으리라는 것,

그때도 다시 그것을 보게 되리라는 것.

이별을 예감하는 들판에

끝내 순백으로 남은

그리움은

늦가을 들판에서 조용히 지고 있다.




꽃말


순수, 어머니의 사랑, 우아한 자태



이름


구절초(九折草)는 음력 9월 9월이 되면 아홉 개의 마디가 생긴다는 뜻과 아홉 번 꺾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구일초, 선모초로도 불린다.

가을에 꽃이 피는 대표적인 국화과인 구절초는 5월 단오에는 줄기가 5마디가 되고, 9월 9일(음력)이 되면 9마디가 된다 하여 구절초(九節草)라 불린다. 또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중구절)에 절정을 이룬다거나 9월 9일 채취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 하여 구절초라 한다.



다른 이름

들국화ㆍ구일초(九日草)ㆍ선모초(仙母草)ㆍ고뽕[苦蓬]이라고도 한다.

선모초(仙母草)는 '신선의 어머니 풀'이라는 뜻으로, 구절초의 고상하고 맑은 흰색 꽃송이가 마치 어머니의 고결한 자태와 같다는 의미이다.




구절초(九折草)에 대하여


학명은 Dendranthema zawadskii var. latilobum로 쌍떡잎식물 국화목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종류로는 구절초, 산구절초, 바위구절초, 포천구절초, 한라구절초, 낙동구절초. 서흥구절초, 두메구절초, 가는실구절초 등이 있다.


구절초의 영어 이름이 'Korean Chrysanthemum'(한국 국화)인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듯이 한국이 주요 원산지로 언급되며, 한국 특유의 자생식물로 여겨지는데 중국, 몽골, 러시아 시베리아 등에서도 분포한다.


꽃은 9∼11월에 담홍색 또는 백색으로 피는데 꽃보다는 약재로 많이 알려져 있다.


효능


전통적으로 부인병, 치풍, 위장병 등에 쓰였으며, 최근 연구를 통해 리나린 성분의 항염 작용으로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 밝혀졌다.


한방에서 구절초는 부인병·보온에 특효가 있다. 특히 월경 장애에 효과가 있어 약재시장에 가면 구절초가 쌓여 있을 정도이다. 꽃은 술을 담거나, 말려서 베갯속에 넣으면 두통이나 탈모에 효과가 있고, 머리칼이 희게 되는 것을 방지한다. 또 어린싹은 나물로 무쳐 먹고, 잎은 떡을 찔 때 넣으면 꽃향기가 난다.

구절초는 예부터 부인병에 좋은 약재로 이용되면서, 딸이 시집갈 때 보내는 혼수 품목에 들기도 했다. 음력 9월 9월에 구절초를 채취해 잘 엮어서 말린 뒤 생리통, 생리불순 등이 있을 때 달여 마시는 상비약이었던 것이다. 또 여성 난임 약재에도 구절초를 이용했기에 현대에는 구절초를 먹고 태어난 아이를 가리켜 ‘구절초 베이비’라고도 한다.


△ 항균, 항염, 면역증진

△ 소염, 진통, 스트레스 완화

△ 냉증 개선

△ 생리불순, 난임 등 여성 건강관리

△ 심혈관 질환 예방

[효능 자료 출처]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59 |




구절초 전설


하늘에서 옥황상제를 모시던 선녀가 꽃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본분을 소홀히 하여 지상으로 쫓겨났다.

지상에서 그녀는 가난하지만 맑은 눈을 지닌 시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선녀의 미모에 눈독 들인 고을 사또가 남편을 불러 내기를 걸었다.

내기에 지면 선녀를 관비로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내기는 시 짓기였는데, 사또는 남편을 글 한 줄 모르는 농부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시인이었던 선녀의 남편이 이겼다.

분을 이기지 못한 사또가 두 번째로 자신이 잘하는 말 타기 내기를 요구했다.

경험을 믿고 큰소리로 웃던 사또의 말은 광풍에 놀라 날뛰었고, 남편의 말은 조용히 돌아와 또 남편이 이겼다.

두 번의 패배 뒤, 사또는 선녀를 옥에 가두고, 회유와 고문으로 뜻을 꺾으려 했으나 선녀는 끝내 절개를 굽히지 않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시인인 남편도 뒤따라 죽는다.


선녀가 천상으로 떠난 9월이 되면. 선녀가 살던 집주위에 예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이 꽃은 선녀가 하늘에서 가장 좋아하던 꽃이었다.

사람들은 9월에 피는 이곳을 천상의 꽃, 구절초라 불렀다.





구절초 축제(2025)


- 정읍 구절초 꽃축제 — 전북 정읍시 산내면 구절초 지방정원
10/14(화)–10/26(일), 13일간. 솔숲과 대규모 군락이 핵심 무대. 현장 혼잡은 오전 방문 권장 공지. 정읍시청+1


-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 꽃축제 — 세종 장군면 영평사 일원
10/11(토)–10/16(목), 6일간. 사찰 경내를 따라 순백 군락 감상(올해 일정 사찰 공지로 확정). 용평사+1


- 구절산 구절초 축제 — 충남 공주시 신풍면 구절산·구룡사 일원
10/10(금)–10/12(일), 3일간. 산사음악회·문화행사 운영, 공식 관광 페이지에 일정 확정. 공주시청+1


- 임실 오봉산 2025년 기준 공식 ‘구절초 축제’ 일정은 확인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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