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도라지꽃
모두가 떠난 자리에
도라지꽃이 피었다.
꽃잎마다 맺힌 눈물,
뿌리마다 묻은 사연,
뜻밖의 이별이 서러워
고개 숙여 피었다.
쌉싸래한 바람은
산 그림자를 덮고,
멀어지는 뒷모습처럼
저리도 조용히 피었다.
바람의 감촉,
햇살의 온기,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이
단단한 그리움으로 피었다.
세상은 늘 어지럽고
사람은 늘 외로우니,
참아온 슬픔이 터져
보랏빛 별이 피었다.
'간도의 로마'로 불리는 용정 팔도성당이 바라보는 언덕에는 팔도구공소묘역이 있다.
묘역에는 공산 치하에서 인고의 삶을 살다 선종한 신부님, 수도자들과 신자들의 무덤이 있다.
대부분 나이 든 어른들만 살고 있는 오래된 마을은 고즈넉한데. 길가에 도라지꽃이 피었다.
아무리 캐어내도 끝나지 않을 그리움이
묻혀있었다.
한(恨) 많은 이 땅의 넋들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별빛 같은 보랏빛을 내밀고 있다.
솟구치는 눈물처럼,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이
무리 지어 서있다.
그 슬픔이 모여
산비탈 오르다 지친 마음 위에
눈물 꽃으로 피었다.
한참을 이어지는 그 길 위에서
어느덧 꽃이 되어가는
내 발끝을 바라본다.
이슬의 무게에도 고개 숙인
꽃은 변하지 않았는데
변한 것은 언제나 나였다.
꽃말
영원한 사랑, 성실, 기다림, 슬픈 사랑, 유순함, 소망 등
이름
도라지는 뿌리가 길고 곧게 자라는 특징에서 유래한 한자어 길경(桔梗)에서 변형되었다는 설과 상사병으로 죽은 '도라지'라는 처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한자 이름인 길경(桔梗), 백약(白藥), 경초(梗草), 고경(苦梗)이 있으며, 중국 및 영어권에서는 풍선꽃(Balloon flower), 화상모(和尙帽), 명엽채(明葉菜), 도립기(道拉基) 등도 있다.
효능
-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주어 기침, 가래 완화에 탁월
- 면역력 강화, 항염, 진통, 항산화 작용 등의 효능
- 칼슘, 철분, 섬유질이 풍부하여 빈혈, 피로 해소, 변비 개선
- 숙취 해소, 콜레스테롤 개선, 위장 건강에도 도움
도라지에 대하여
- 도라지의 학명은 Platycodon grandiflorum (JACQ.) A. DC.로 초롱꽃과(Campanul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 온대지방의 평지 및 해발 1,000m 정도에 이르는 산지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며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흔히 자생한다.
-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 지역까지 넓게 퍼져 있으며 꽃은 7~8월에 흰색·보라색·연보라색으로 핀다.
- 봉오리가 부풀어 오르며 열릴 때 풍선처럼 터지는 모습 때문에 영어로는 Balloon Flower라 불린다.
뿌리는 굵고 하얗게 발달하며, 내한성이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오래 살아 깊게 뿌리를 내린다.
전설(한국 설화) 1
옛날 한 시골에 도라지라는 이름의 소녀가 살고 있었다.
부모가 없는 그녀는 먼 친척뻘 오빠와 함께 살았고, 오빠는 도라지를 친동생처럼 아끼며 보살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는 먹고살기 위해 중국으로 돈 벌러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10년쯤 걸리겠지만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
도라지는 슬펐지만 오빠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오빠가 떠난 뒤, 도라지는 절에 들어가 잔심부름을 하며 살아가면서 매일 언덕에 올라 황해바다를 바라보며 오빠를 기다렸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는 풍랑을 만나 바다에서 죽었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도라지는 믿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도라지는 스님이 되어 혼자 살았지만, 오빠를 기다리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된 도라지는 여전히 언덕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데,
어느 날 등 뒤에서
"도라지야, 도라지야. 오빠가 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놀라 뒤를 돌아본 그녀는 한 포기 꽃으로 변하고 말았는데, 그녀의 간절한 염원과 오랜 기다림을 안타깝게 여긴 산신령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그 꽃이 바로 도라지꽃이었다.
전설 2
옛날, 어느 마을에 도(都) 씨 성을 가진 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사십이 넘도록 자식이 없었는데, 늦게야 귀한 딸을 얻게 되니, 너무 기뻐서 딸의 이름을 라지라 하고 애지중지 길렀다.
라지는 고운 처녀로 자라 옆집 총각과 사랑을 나누었고,
양가 부모님께 허락도 받아 결혼 약속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사또가 라지의 미모를 탐내어 첩으로 삼으려 했다.
라지는 “이미 정인이 있다”며 간곡히 거절했지만,
욕심 많은 사또는 매질까지 하며 억지로 마음을 꺾으려 했다.
그러나 라지는 끝내 굴하지 않았고,
지독한 매질을 견디다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죽기 전, 라지는 자기가 죽으면 총각이 나무하러 다니는 길목에 묻어달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라지의 유언대로 라지는 총각이 나무하러 가는 길옆에 묻혔고, 그 무덤 위에서 어느 날 보랏빛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라지가 죽음으로 지켜낸 순결한 사랑을 기리며
그 꽃을 라지의 이름을 따서 도라지(都라지)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