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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맨드라미

by 보리


맨드라미



얼마나 뜨겁게 살았으면

얼마나 외롭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붉게 타오르는가.



모두가 식어가는 계절에

홀로 불씨를 품은 듯,



더 붉게,

더 뜨겁게,



내 인생의 가을에

이토록 붉게 뛰는 심장이 남아 있는가.



사무치는 그리움이

시들기 전에



끝내

꽃이 되어

이 세상 모든 외로운 이들을 향한

뜨거운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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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리워 눈시울 뜨거울 때,

맨드라미는 붉은 깃발처럼 흔들린다.


맨드라미가 붉게 타오르는 것은

외로워서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울지 마라.


붉게 타오르는 것도 외로움이고

지는 것도 외로움이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꽃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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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열정, 애정, 사랑, 영원한 사랑, 불사, 불멸과 함께

시들지 않는 사랑, 열정, 헛된 장식, 감정, 기괴(닭 벼슬을 닮은 독특한 모양 때문에), 충성, 영생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불타는 사랑, 열렬한 마음'으로 주로 알려져 있다.



이름


꽃 모양이 수탉의 벼슬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계관화(鷄冠花), 닭벼슬꽃, 개맨드라미, 들맨드라미, 맨드래미, 맨도람이, 계두화, 만도라기, 만도레기, 만두레기(제주)등이 있으며, 영어 이름으로는 cock's comb(수탉의 볏을 의미)이 있다.


우리말 맨드라미의 이름은 닭의 볏이라는 강원도 방언의 ‘면두’에서 유래해 면두리, 맨들로 변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약명은 계관화(鷄冠花)이다.

계관초(鷄冠草), 계관(鷄冠), 계두(鷄頭), 추현화, 백만월아화(白蔓月阿花), 백만월아비(白蔓月阿比), 계관두화, 홍계관화, 계관해당, 단기맨드라미, 맨도라미, 긴잎맨드라미, 청상자라고도 한다.

조선 초기의 이두어로는 백만월아화(白蔓月阿花), 백만월아비 (白蔓月阿比)로 불리었다.


맨드라미.jpg





맨드라미에 대하여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비름과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Celosia cristata이고, 속명인 Celosia는 그리스어 kelos가 ‘불타는’ → 불꽃같은 꽃 모양에서 유래되었다.


맨드라미의 원산지는 아시아, 아메리카, 서인도 제도의 열대 지역이며, 특히 열대 아시아 지역이 주요 원산지이다.


1600년대 말경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려 시대 문인 이규보의 작품에도 맨드라미에 대한 언급이 있어 그 이전부터 한반도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붉은색이 피(血)와 열정을 상징해 “영혼 불멸”을 의미하여 조상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인도·동남아에서는 맨드라미는 신에게 바치는 꽃으로,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도를 상징한다.

서양에서는 닭 벼슬(comb) 닮은 모습에서 “자부심,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효능


맨드라미는 지혈, 설사 멈춤, 항산화, 피부 질환 개선 등의 효능이 있으며, 특히 자궁출혈, 치질 출혈, 토혈, 하혈 등 출혈성 질환과 설사를 멈추는 데 사용된다.


또한, 맨드라미에 함유된 성분은 혈압 안정과 심장 건강에 도움을 주고, 피부 가려움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전설 1


어느 나라에 곧고 듬직한 장군 무룡이 있었다. 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무룡은 간신들에게 항상 눈에 가시였다.


간신들은 음모를 꾸며 반란을 일으키기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알게 된 무룡은 왕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배신자들을 처치한 후 큰 부상으로 죽음을 맞게 되었다.


왕은 뒤늦게 자신을 원망하지만 충직한 무룡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갔다. 얼마 후 무룡장군 무덤에 핀 방패처럼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맨드라미꽃이라고 한다.



전설 2.


맨드라미는 주로 담 밑이나 장독대 옆에 심어져 있다. 이것은 지네의 침입을 물리친다는 중국의 전설에서 비롯된 민속의 영향이다.


옛날 중국에 쌍희(雙喜)라는 사람이 노모를 모시고 산기슭에 살고 있었다. 하루는 산에서 나무하다 늦어서 밤길을 서둘러 내려오는데 길 숲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산 넘어 친척 집에 초상이 나서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데, 길을 잃어서 집으로 데리고 가 하룻밤을 묵게 했다.


그녀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에 나가 일을 거드는데 오랫동안 집에서 기르던 큰 붉은 수탉이 갑자기 미친 듯이 날뛰며 별안간 그녀에게 달려들어 쪼아대며 공격했다.

쌍희는 닭을 쫓아 버렸는데 그녀는 새파랗게 질려 기절하고 말았다. 며칠 뒤 모자의 지극한 간병으로 기운을 차린 그녀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 쌍희는 고갯마루까지 바래다주었다.


고개에 다다르자 갑자기 그녀는 무서운 귀녀(鬼女)로 변하여 입에서 독이 있는 불[毒火]을 뿜으면서 쌍희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정체는 산속 동굴에 숨어 있으며 많은 사람을 헤치던 큰 지네의 정(精)으로 산기슭에 사는 쌍희를 노려 왔는데 처녀로 변신하여 기회를 엿봤으나 수탉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지네의 독불을 맞고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져 기절한 쌍희에게 지네의 화신인 그녀는 피를 빨아먹으려고 달려드는데 수탉이 뛰어나와 지네를 물어뜯고 격투가 벌어졌다.

오랜 시간 싸운 뒤에 지네는 죽었고 지친 수탉도 숨을 거두었다. 밤이 새고 독기가 가셔서 깨어난 쌍희는 옆에 죽어 있는 큰 지네와 수탉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 사정을 알았다.


그녀는 수탉을 산 위에 묻어 주었고, 그 무덤에서 한족이 꽃이 피었는데 마치 닭의 벼슬(볏)같이 생겨서 그 닭의 화신이라 하여 계관화(鷄冠花)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설화는 우리나라에서 민속적으로 변모되어 수용되었다. 닭과 지네는 상극이므로 죽은 닭고기에는 지네가 독을 뿜어 놓기 때문에 그것을 먹으면 죽는다고 하여 옛날부터 닭고기를 다루는데 각별히 주의했다고 한다.


또한 산 닭은 지네만 보면 끝까지 싸워 물어 죽여 버렸으므로 닭의 화신인 맨드라미를 심으면 지네가 얼씬도 못한다고 믿었다. 장독대나 담 밑에 맨드라미를 심는 민속은 이러한 유감주술(類感呪術)적인 관념에서 생겨난 것이다.


(전설 자료출처 : https://m.blog.naver.com/ionic60/221694631773)




고려 중엽 시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시


曼陀羅 (계관화, 鷄冠花)


我疑昔者有鬪鷄 의심컨대, 옛날 싸우는 닭이

忽逢强禦至必死 문득 강적 만나 힘을 다해 싸우다가

朱冠赤幘濺血落 붉은 볏에서 피가 흘러내려

錦繡離披紛滿地 화려한 비단 어지러이 땅에 떨어져

物靈不共泥壤朽 그 넋이 흙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맨드라미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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