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스턴 데이지
리빙스턴 데이지
물기 잃은 눈물로
빛의 관절을 적시며,
세상의 모든 색을 삼킨 불꽃.
바람을 마시며
목마름을 견딘 긴 수행.
모든 열정이 식어가는 순간,
진짜 불은 네 안에서 타오른다.
바다와 사막 사이,
삶의 명암이 교차하는 거리,
그 고요한 반사경 위에서
태양도 잠시 쉬어간다.
사막의 수도승,
게으르지만 가장 뜨거운 고요,
그 속에 숨겨진
오랜 그리움의 무게.
제주에 가면 길가에 심어진 리빙스턴데이지를 자주 만난다.
송엽국, 사철채송화라는 이름도 있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의 제주도와 어울리게 외래어 이름인 리빙스턴데이지로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린다.
길가에 흔히 심는 팬지, 페튜니아, 베고니아, 제라늄이 아니라 강렬한 색으로 눈길을 끄는 꽃.
그 쨍한 진분홍 꽃은 형광색으로 태양 빛을 반사하고 있다.
해가 나면 꽃잎이 활짝 피고 해가 지면 오므리는 수면운동을 하는 태양을 사랑하는 꽃이다.
아프리카가 고향인데 진분홍의 꽃은 월동도 잘해 큰 함지박 화분에 심었더니, 일 년 내내 배부르도록 꽃을 보았는데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게으르지만 뜨거운 사막의 구도자,
불타는 대지 위에서
시간은 느려지고,
타오르던 열정조차 편안하다.
꽃과 눈 맞춤 하다 보면
태양의 자서전 한 장이
꽃잎 위에 펼쳐진 듯,
너의 나태는, 게으름인가
아니면 세상과의 평화인가.
꽃말
나태, 태만.
- 햇빛이 비쳐야만 꽃을 활짝 피우고, 햇빛이 사라지면 꽃잎을 닫는 습성 때문에 유래된 것으로 추정
이름
리빙스턴데이지
- 영어 이름인 'Livingstone daisy'는 19세기 아프리카를 탐험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교사이자 탐험가인 데이비드 리빙스턴(David Livingstone)의 이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고, 정확한 명명 이유는 공식적으로 기록된 바 없으나, 씨앗 판매자였던 새뮤얼 라이더(Samuel Ryder)가 1928년 이 식물에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짐.
- 속명인 '람프란서스(Lampranthus)'는 그리스어 'lampros'(빛나는)와 'anthos'(꽃)의 합성어로, 밝고 빛나는 꽃을 피운다는 의미.
송엽국(松葉菊)
- 잎이 소나무(松) 잎처럼 길고 가늘게 생겼고, 꽃은 국화(菊)와 비슷하게 생겨서 지어진 이름.
다른 이름
사철채송화: 채송화와 비슷하게 생겼고 사계절 푸른 잎을 유지하여 붙여진 이름
솔잎채송화: 잎이 솔잎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은 이름
람프란서스(Lampranthus): 송엽국의 학명 속명으로, 흔히 원예명으로 사용
서양채송화: 원산지가 외국인 다육식물인 점을 반영한 이름
리빙스턴데이지(송엽국)에 대하여
학명은 Cleretum bellidiforme 이고, 영어명은 Livingstone daisy로 리빙스턴데이지는 남아프리카 남부 케이프타운 지역이 원산지이며, 잎이 두껍고 즙이 많아 건조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다육식물이다.
잎 표면에 많은 기포 모양의 세포들이 있어, 빛을 반사하는 동시에 수분을 저장하고, 분홍, 노랑, 주황, 빨강,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의 꽃을 피우며, 해가 뜨면 꽃잎을 활짝 열고, 해가 지거나 흐린 날에는 꽃잎을 오므린다.
봄부터 여름까지 다양한 색상의 국화 모양 꽃을 무리 지어 피우며, 우리나라에 도입 시기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원예용으로 재배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리빙스턴데이지는 뛰어난 관상 가치를 지닌 식물이며, 조경용으로 많이 활용되지만, 약용이나 식용을 목적으로 키우는 식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