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세상의 모든
풀
꽃
나무 위로
바람이 걸어가고 있다.
억새풀 이삭들이,
보이지 않는 바람이,
그리움을 깨워
흔들고 있다.
이 모든 풀꽃들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지나간 자리마다 남은 흔적은,
인사인가,
이별인가.
시간으로 벽을 세우고,
지붕 대신 구름을 얹어
더는 외롭지 않게
바람이 집을 짓는다.
나는 오늘
그 안으로 걸어갈 것이다.
나무는 바람의 거울이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억새가 은빛 칼날을 흔들고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그리움을 보려면
바람이 흔들고 있는
마음을 보아야 한다.
그리움은 바람이다.
그리움이여,
나를 흔들어라.
영혼의 가장 깊은 모서리를 스치며
바람이 보이고
그리움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순간.
그리움이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