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리
무서리
밤새 기온이 떨어졌다.
달빛은 조용히 엎드려
들국화의 어깨를 감싸고 있다.
누가 바람의 끝을 접어
세상의 온기를 끄고 간 걸까.
소리도, 온기도 사라진 자리에서
하늘은 처음처럼 맑다.
그대가 떠난 자리에
무서리가 내린 것은
우리의 시간이
그만큼 뜨거웠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손끝이 시린 까닭은
그대의 입김이 아직
내 안에서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얼마나 오래 익어야
서리처럼 투명해질까.
그리움조차 산울림으로 되돌아오는
가을에는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묻는 계절이다.
너의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서리가 내렸다.
사랑이 식는다는 건
빛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그 빛이 조용히 안으로 스며드는 일.
네 이름을 불러보면
아직 목젖에 서리가 내려앉고,
발끝마다 시간의 무게가 바사삭 부서진다.
차가운 새벽이 꽃잎에 내려앉을 때,
서리 맞은 잎이 저리도 붉은 것은
그건 한 번이라도
뜨겁게 타올랐다는 증거이다.
그리움은
닿지 못하는 마음의 거리.
세상의 모든 이별은
무르익은 슬픔의 무늬로 남아
끝내 빛으로 녹는다는 것을.
멀리서 바람이 다가와 내 이름을 부르고,
이제야 비로소 사랑이 식었구나,
그래서 더 깊어졌구나.
서리의 뜻
서리¹: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때, 공기 중의 수증기가 지표면이나 물체에 얼어붙어 하얗게 변한 것.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상의 물체 표면에 얼어붙어 땅 위의 표면이 복사 냉각으로 차가워지고, 그 위에서 수증기가 승화하여 생김.
서리²: 무리를 지어 남의 땅에서 곡식이나 과일 등을 훔쳐 먹는 장난.
서리³: 한 무리의 사람들의 사이나 한가운데를 뜻하는 옛말
서리 (書吏) : 조선 시대에, 중앙 관아에 속하여 문서의 기록과 관리를 맡아보던 하급의 구실아치.
서리 (暑痢) : 더위를 먹어서 설사를 하는 병. 배가 몹시 아프고 피가 섞인 설사를 하면서 목이 마르고 오줌을 누지 못한다. - 暑: 더울 서 痢: 설사 리
서리 (署理) : 조직에서 결원이 생겼을 때, 그 직무를 대리함. 또는 그런 사람.
서리 : 무엇이 많이 모여 있는 무더기의 가운데.
서리 (鼠李) : 갈매나뭇과의 낙엽 활엽 관목.
서리 (犀利) : ‘서리하다’의 어근. (서리하다: 단단하고 날카롭다.)
서리의 종류
무서리(霜) - 첫서리
가을철 첫서리를 뜻하며, ‘무겁게 내리는 서리’라 하여 ‘무서리’라고도 부른다.
첫추위의 신호, 또는 계절의 경계로 여겨지는 서리.
초서리(初霜)
한 해의 첫서리로 달력상으론 대체로 10월 중순경에 나타나며, 순수하게 ‘시작의 냉기’를 뜻한다.
예부터 “무서리 내리면 김장 준비”라 했을 만큼 농경의 기준.
된서리(重霜)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내리는 매우 강한 서리로 농작물의 잎과 줄기를 얼려버릴 만큼 세기 때문에, ‘된서리 맞았다’는 말은 곧 혹독한 시련의 비유로 쓰임.
상서리(霜雪)
‘서리와 눈’을 함께 이르는 말로, 겨울의 혹한과 순백을 함께 나타낼 때 사용됨.
늦서리: 제철보다 늦게 내리는 서리.
끝서리: 그해 겨울 마지막으로 내린 서리.
올서리: 제철보다 일찍 내리는 서리.
떼서리: 아주 심하게 많이 내린 서리.
활용된 말
서리털 : 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센 털.
흰서리 : 늙어서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빗대서 이르는 말.
서리꽃 : 유리창 따위에 서린 김이 얼어서 꽃처럼 엉긴 무늬.
서릿발: 땅속의 수분이 얼어 성애처럼 되어 기둥모양으로 길게 고드름처럼 된 것.
서릿가을 :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
서릿바람 : 서리가 내린 아침에 부는 쌀쌀한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