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산국(山菊)

by 보리

산국(山菊)



먼 산도 저물어가는

가을 저녁,

흐린 햇살의 끝자락에 서서

어지러운 산국 향기가 아찔하다.



서리 내린 들녘에 남아

가장 늦게 핀 얼굴.

잊었다 말하면서도

오래 바라본다.



그늘 없이 잡초처럼 무성하던

어린 사랑도 지나고,

인동 줄기처럼 매달려

애타던 열정도

눈부신 허무만 남아,



인생의 가을 앞에서

내 안의 모든 계절은 고요하다.



무서리 내린 이마까지

바짝 다가온 가을,

이 작별이 고맙다.



산국02.jpg


먼 산에 첫서리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산새들이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떠난 뒤,

먼 산도 저물어 가는데

산국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누군가를 오래 그리워하면

사랑도 저리 견딜 수 있을까.


쏜살같은 시간도

이제는 잡을 수 없고,

잊는 법보다

놓아주는 법을 익혀가는 시간.


한때는 장작불 같던 사랑도

시린 마음만 남아,

바람은 네 향기를 데려가는데,

질긴 그리움은

아직 내 안에 남아있다.


산국05.jpg




꽃말


순수한 사랑

큰마음

흉내: 감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향이 강해 차로 마시기 어렵다는 특징 때문에 붙여진 꽃말



이름


산국은 ‘산에서 피는 국화’라는 뜻으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이름



다른 이름


봉래화(蓬萊花): 영원히 늙지 않고 오래 산다는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에서 피는 꽃이라는 뜻


야국화(野菊花): 들판에서 피는 국화라는 의미


개국화: 산국화보다 꽃이 작은 감국을 개국화라고 부르기도 하며, 때로는 산국화와 감국을 함께 묶어 부르기도 함.


들국화: 특정한 종을 가리키는 이름은 아니며, 가을에 야생에서 피는 국화과 식물을 통칭하는 말로 산국화도 넓은 의미의 들국화에 포함


고의(苦薏): 쓴맛이 나는 풀이라는 뜻



산국4.jpg


산국(山菊)에 대하여


산국(山菊)의 학명은 Chrysanthemum boreale이며, 영어 이름은 Northern dendranthema 또는 North chrysanthemum이며 높이는 1~1.5m까지 자라며 뿌리줄기가 길게 뻗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산국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시베리아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며, 전국의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데, 9~10월에 비슷한 감국보다 작은 노란색 꽃이 무리 지어 피며, 꽃에서는 짙은 향기가 난다.



효능


두통 및 현기증 완화, 눈 건강 개선, 해독 및 항균 작용, 신경 안정, 혈액순환 개선 및 고혈압 예방, 항산화 작용, 감기 예방


산국의 약효는 주로 차로 마시거나 외용으로 사용할 때 활용되며, 감국과 함께 약재로 쓰이기도 했다.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고 예전에는 노란색 꽃으로 옷을 염색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꽃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전설


중국의 전설적인 의약의 신인 염제 신농(神農) 씨는 국화가 몸을 가볍게 하고 오래 살 게 하는 최고의 영약이라고 했다.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국화를 신비의 영약으로 여겼다. 옛날 중국의 감곡이라는 강의 상류에 신비로운 국화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 강물에 국화 향이 섞인 이슬이 떨어져 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시고 모두 건강하고 오래 살았다고 한다. 또 팽조라는 선인은 국화를 심은 연못가에서 늘 국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수백 년을 살았다고 한다.


‘정전’이라는 책에는 촉나라에 장수원이라는 수원지가 있었는데 사철 내내 국화가 피어서 늘 향기가 가득하였고 주민들이 그 물을 마시고 모두 200~300살을 살았으며, 도연명이 국화를 좋아한 것도 이처럼 무병장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중국에는 중양절에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다. 후한의 여남 땅에 사는 하경이라는 사람한테 비장방이라는 선인이 나타나 “9월 9일 너희 집에 액운이 닥쳐올 터이니 그것을 피하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도록 하여라.라고 말했다.


하경은 선인이 시키는 대로 가족들을 데리고 9월 9일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셨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 있던 가축들이 모두 떼죽음을 당해 있었다. 그 뒤로 음력 9월 9일은 국화주를 마시고 온갖 액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명절이 되었다.


전설 출처 : https://ssi-007.tistory.com/16123159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9 월령에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며 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이 언급되어 있다.


산국11.jpg


옛시 한편


영국(詠菊-'국화를 읊는다) - 고의후(高義厚)


有花無酒可堪嗟 (유화무주가감차)

有酒無人亦奈何 (유주무인역내하)

世事悠悠不須問 (세사유유불수문)

看花對酒一長歌 (간화대주일장가)


꽃이 있는데 술이 없으면 그럭저럭 참을 수 있겠지만,

술이 있는데 함께할 사람이 없으면 또한 어찌하리오.

세상일이야 유유히 흘러가니 굳이 묻지 말라.

꽃을 보며 술잔을 마주하고 길게 노래나 부르리.


- 조선 중기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던 문신이자 의병장인 호은(湖隱) 고의후(高依厚)는 1569년(선조 2)에 태어나 1624년에 이괄의 난이 일어났을 때, 당시 전라도 광주 지역에서 의병을 일으켜 활동하였다.


산국06산국4.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