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꽃
깨꽃
당신은 뜨거운 마음이었고
나는 그 마음 끝에 꽃으로 피어
당신이 걷던 길 끝에서
여린 햇살을 잡고 서 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
붉은 입술에 아직 남아있어
사랑이 다 타버린 자리에
허리도 붉게 굽었습니다.
이 세상,
숨 막히게 뜨거운 사랑은 많지만
그 불꽃은 오래가지 않아
사랑은 그렇게 불꽃으로 피고
안개처럼 사라지지만
그 잿빛 향기마저 따뜻하다는 걸.
삶은 뜨겁게 타오르다가
언젠가는 꺼지지만
나의 가슴은 끝내 식지 않았습니다.
가을이 이우는 저녁,
아직 못다 한 그리움이
깨꽃 몇 송이로 남았습니다.
햇살로, 바람으로
깨꽃의 불빛으로
가슴속에 불을 품고
식은 이마를 덮던 뜨거움.
굽이진 언덕 밭머리에서
허리를 굽혀 하루를 일으키는
여름의 불씨.
그 모습이 그대로
붉은 깨꽃이 피어나더니
불은 꺼졌는데
붉은 향기가 아직 식지 않았다.
체념 같은 외로움에 떨며
벌겋게 익은 얼굴로
조용히 남은 불씨처럼.
세상이 아무리 식어도
어머니의 가슴에서 타던
그 꽃.
뜨거운 여름이 그렇게 타올라
가을빛으로 남았으니,
사랑이란
이토록 천천히 식는 불,
끝내 꺼지지 않는 그리움의 빛.
깨꽃이 붉다.
꽃말
정열, 불타는 마음, 나의 마음은 불타고 있습니다, 가족애.
이름
겉모양이 깨와 비슷하고 꽃이 피는 모습도 참깨나 들깨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
다른 이름
깨꽃, 살비야, 살비아(salvia), 사루비아(일본명), 약불꽃, 세이지, 서미초(鼠尾草), 약용서미초, 약용살비아, 불꽃, 꽃살비아,
깨꽃에 대하여
깨꽃의 학명은 Salvia splendens이고 영어명은 Scarlet sage, Salvia (샐비어)라 불리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 여러해살이풀이다.
남미 브라질이 원산인 귀화식물이며, 원산지에서는 여러해살이풀로 전 세계에서 널리 재배한다.
한국에서는 살비아와 비슷하나 꽃이 훨씬 길고 큰 깨꽃을 흔히 사루비아(일본명)라고 부르는데, 1910~20년에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줄기는 사각형이며 곧게 서고 가지를 많이 치는데 꽃은 5~10월에 줄기나 가지 끝에 이삭꽃차례로 달리며, 주로 밝은 붉은색이다.
꽃에서 꿀맛이 나기 때문에 옛날에는 아이들이 꽃을 따서 꿀을 빨아먹기도 했다.
효능
꽃이 피기 전 5~6월에 전초(全草)를 채취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심장, 순환기, 신경 계통에 작용하여 회복기 환자의 건강 회복을 돕고 진정, 강장 효과가 있으며, 진통, 항균, 항생 효과도 있다. 정신적, 육체적 우울 상태를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되며, 고열이나 상처 회복에도 사용된다.
전설 1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연인이 큰 사루비아 나무 밑에서 사랑을 속삭이다가 잎을 따며 말했다. "이 잎으로 치아를 닦으면 치아가 깨끗해진다오." 사루비아 잎으로 이빨을 문지른 청년은 정신을 잃더니 이내 죽어 버렸고, 사람들은 그녀가 독살했다고 의심했다. 너무나 억울해 자신도 청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 앞에서 잎을 따 이빨을 문질러 죽었다. 사람들은 이상하여 나무를 뽑아 보았다. 알고 보니 두꺼비가 내뿜은 독으로 죽은 것이었다.
그때부터 잎을 따서 이를 닦는 풍습이 생겼고 연인들은 사루비아 꽃빛과 같은 선홍색의 정열적인 사랑을 원하며, 사루비아 나무 같은 달콤한 보금자리를 원하는 것이다.
전설 2
온통 피범벅이 된 사나운 헤롯왕의 백정들이 어린 아기들을 죽이기 위해 베들레헴 지역을 뒤지는 동안, 동정녀 마리아는 떨리는 가슴으로 갓 태어난 아기를 끌어안고 유태 산맥으로 달아났다.
요셉과 마리아는 한 마을을 발견하고 아기를 목욕시킬 약간의 물과 환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우울한 지방의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물도, 숨을 곳도, 심지어 좋은 말조차도 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가엾은 어머니가 그렇게 홀로 어린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길가에 앉아 있을 때, 그리고 그 남편이 마을 우물로 나귀에게 물을 먹이려 데려갈 때, 지척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가까워진 말들의 구보 소리에 땅이 흔들렸다.
"헤롯왕의 병사들이로군! 어디로 달아날 것인가?" 근처에는 동굴도 없고 작은 종려나무조차 한 그루 없었다.
마리아의 곁에는 장미 한 송이가 꽃을 피우고 있는 가시덤불밖에는 없었다. "장미야, 아름다운 장미야." 하고 부르며 가엾은 어머니는 애원했다. "활짝 피어나서, 사람들이 죽이려 하는 이 아기와 절반은 죽은 목숨인 이 가엾은 엄마를 너 꽃잎으로 숨겨다오." 장미는 코대신 뾰족한 봉우리를 찌푸리며 대답했다. "젊은 부인, 빨리 지나가세요. 백정들이 내 향기를 맡으면 날 해칠 수도 있으니까요. 바로 옆에 있는 저 꽃무우를 보세요. 그 꽃무우에게 숨겨 달라고 말하세요. 꽃무우는 부인을 숨겨줄 꽃들이 충분히 있답니다."
"꽃무우야, 친절한 꽃무우야." 도망하는 여인은 간청했다. "활짝 피어나서, 사형 선고를 받은 이 아이와 지친 엄마를 네 우거진 덤불로 숨겨다오." 꽃무우는 다발의 작은 머리들을 흔들면서, 설명조차 하지 않고 거절해 버렸다. "가세요, 길을 지나가세요, 가엾은 부인. 저는 부인의 말을 들어줄 시간이 없답니다. 사방에 꽃을 피우느라고 너무 바빠요. 바로 옆에 있는 샐비어에게 가보세요. 샐비어는 이웃사랑밖에 할 일이 하나도 없답니다."
"아! 샐비어야, 착한 샐비어야."하고 불행한 여인은 간청했다. "활짝 피어나서, 목숨이 위험한 이 무고한 아기와 굶주림과 피로와 두려움으로 반은 죽은 엄마를 네 잎사귀로 숨겨주려무나." 그러자 착한 샐비어는 활짝 피어나서 그 지역 전체를 온통 뒤덮고, 그 무성한 잎사귀로 빽빽한 나뭇잎을 만들어 아기 예수와 그 어머니는 몸을 숨길 수가 있었다. 길을 가던 병사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렸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에 마리아는 공포감에 몸을 떨었으나, 잎사귀에 몸이 간지러운 아기는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병사들은 가버렸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마리아와 예수는 초록색 잎사귀와 꽃으로 만발한 은거지에서 나왔다.
"샐비어야, 거룩한 샐비어야, 정말 고맙구나. 내가 너의 선행에 너를 축복하니, 이제부터는 모두가 너를 기억할 거야."
요셉이 돌아왔을 때, 요셉은 나귀가 어떤 사람이 준 커다란 보리를 한 접시나 먹어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바람에 나귀를 몰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마리아는 살아난 아기를 가슴에 꼭 부여안고 나귀에 올라탔다.
하느님의 대천사 미카엘이 높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들을 맞이했고, 그들에게 이집트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장미에는 가시가 생겼고, 꽃무우 꽃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났으며, 샐비어는 사람의 병을 낫게 하는 많은 미덕을 지니게 되었다.
프로방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샐비어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자는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라네."
전설출처: https://m.blog.naver.com/ionic60/222918245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