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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란 Jul 16. 2018

철훈오빠에게 /

사랑을 모르겠는 나는 사랑이 알고 싶어 너를 만났다

사람들 맘속에 가렵기도 아프기도 한 그것이 궁금해 너를 안았다

쉽사리 안긴 것일까 걱정도 뒤로한 채 너를 꼬옥 가졌다

참을 수 없었던 너는 내게 손을 내밀었고

순간 처음으로 네가 내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없이 커져만 보였던 사람, 대하기 어렵고 어쩔 땐 두려운 마음도 들었던 이 관계.

그 모든 것들이 이제 다 왔다고,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순조로이 아침을 함께 맞았고, 때론 늦게까지 대화하며 잠 못들 기도 했다.

재미는 아니었다. 결핍과 갈구가 얼룩진 무의미한 밤에 더 가까웠다.

너의 높고 커다란 사랑의 말들 앞에 나는 텅 빈 껍데기 같은 애정을 과시하고,

보고 싶지 않아서 너무나 보고 싶어, 보고 싶다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네가 아닌 니 사랑을 사랑했다.

네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어떻게 되는지는 관심 없었으나,

니 사랑이 무사하기를 오늘도 무탈하기를 바랐다.


칠석날 우리는 연인이 됐으나,

견우 같은 너는 직녀 같은 나를 만나지는 못한 것이었다.

죄책감과 쓸쓸함이 더해져, 나는 슬슬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무 상관없는 인연들을 우리 사이에 슬쩍 끼워 넣으며

스스로의 답답함과, 무심함에 놀라는 중이었다.

너에게 사랑을 말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염원하던 까마귀 배에 탈 때쯤 나는 중요한 뭔가를 빼놓고 온 사람처럼,

쉽사리 그게 진심인 것처럼, 너의 앞에 권태를 늘어놓는다.

사랑하지 말라고, 아니 너무 사랑해서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해서

내가 할 사랑까지도 대신해달라고.


못 잊을 연인을 보고 있는 양,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나는 왜 또 숨어서 너를 보는 것일까. 웃긴다.


'공기가 없는 이곳에 오지 말아요.

희박해서 숨 쉴 수 없는 연인을 기다리지 말아요.

당신이 기다리고 사랑하기엔 너무너무 착한 사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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