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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가 만들어낸 깊은 맛

삶의 감칠맛을 기다리며

by 쏭저르

카레를 자주 해먹는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고 함께 먹기에 좋은 메뉴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한솥을 만들어 놓으면 간단하고, 야채와 고기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영양도 골고루 챙길 수 있다. 게다가 카레가루는 건강에도 좋다. 그래서 자연스레 자주 식탁에 오른다.


하지만 카레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과정이 하나 있다. 바로 양파를 오래도록 볶는 것이다. 양파가 타기 직전, 카라멜처럼 짙은 색이 될 때까지 끈기 있게 볶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양파의 단맛이 폭발하며 카레의 감칠맛이 배가된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도, 이 하나의 과정이 카레의 맛을 완전히 바꾼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맛있어질까?” 혹은 “이 노력을 한다고 정말 달라질까?” 삶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다. 지루하고 힘들지만 기본을 쌓아야 하는 과정,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지만 묵묵히 해내야 하는 일이 그렇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들이 쌓여, 나중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그냥 다 같이 넣고 볶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순서가 있고, 반드시 인내해야 하는 과정이 있는 법이다. 우리의 삶도 지금 그 과정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견뎌내다 보면, 어느 날 기대하지 못했던 ‘감칠맛’ 같은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필요 이상의 노력과 인내는 때로 과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결국 우리의 성장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발판이 된다. 양파를 볶으며 얻은 깨달음처럼, 인내 끝에 찾아오는 깊은 맛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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