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가 참 매력적이네요! (feat. 캐나다 여행)
처음 멕시코에 왔을 때 어눌한 스페인어로 집을 찾아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사실 막막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하나부터 열 까지 스스로 헤쳐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현지에서 사용하는 집 찾기 어플도 사용해보고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물어 집주인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다. 5년 동안 대략 9번의 이사를 했다. 아무리 혼자 산다고 해도 필요한 물건들이 조금씩 늘어났고, 짐을 싸고 풀고를 반복하다 보니 이사하기의 달인이 된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스페인어를 못 한다고 무시도 당해보고 오히려 오기가 생겨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인이 될수록 나를 온전히 챙겨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 되었다. 독립적으로 살면서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요즘은 주말을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으로 온전히 채워보기도 한다.
1년 반 전, 크리스마스 휴가로 캐나다 동부 여행을 떠났다.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주인분이 한국인이었다.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주셨는데 맛도 정말 좋고 주인분이랑 수다를 떠느라 매일 생각한 일정보다 늦게 집을 나서곤 했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바리스타로 일 한 경험이 있다고 하셨다. 어쩐지 라떼 맛이 진짜 좋았다!) 호스트 분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문득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35살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오셨고, 중국계 캐나다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캐나다에 정착을 하셨다고 했다. 멕시코에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하니 라틴국가에 사는 동양인을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셨다. 같은 해외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캐나다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여쭤보니,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문화라고 말씀하셨다. 한 가지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셨는데, 지하철에 앉아 이동하고 있는데 반대편에 앉은 캐나다인이 본인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고 한다. 조금 당황스러워 속으로만 무슨 일인가 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네 광대 정말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호스트 분은 공공장소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 너무 부끄러워 다음 정류장에서 바로 내렸다고 하셨다. 평소 광대를 컴플렉스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앞서 말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거듭 경험하면서 점차 본인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하셨다.
요즘 아무리 외모지상주의라지만 외적인 아름다움 외에 자신의 내적 매력과 재능을 알고 그걸 아낄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멋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주변에 매일 성형 이야기만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본인의 얼굴에서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만 몇 시간을 하고, 본인이 가진 매력은 발산하지 못하는 걸 봤을 때 그 사람과의 이야기가 지루해졌고, 무엇보다 자신을 아낄 줄 모르는 그 친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매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신선한 바람이 마음속으로 훅 불어 들어오면서 자신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숙소 주인분이 또 다른 이야기로 본인의 결혼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호스트 분은 지금 사는 집 뒷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정말 각별한 사이의 친구들과 가족만 초대해, 직접 고른 8만 원짜리 하얀 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행진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학원에서 만난 콜롬비아 친구가 축하 편지를 낭독하며 결혼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스몰 웨딩을 꿈꾸고 있었는데, 남들이 옳다고 하는 결혼 방식을 거부하고 ‘남들과 달라도 괜찮음’을 용기 있게 실천한 분이라 걸 크러쉬(Girl Crush)를 느꼈다. 최근 주변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결혼식 준비로 몇 달을 바쁘게 지내다가 몇 시간 만에 끝나버리는 결혼식이 너무 허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혼식마저 대량 생산되어버린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은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게 얼마나 나를 나답게 하는지 그러므로 해서 내가 내적으로 얼마나 아름다워지는지, 그리고 자존감이 높은지 높지 않은지 조차 따지지 않게 된다’고 하셨다. 내가 멕시코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며 배운 것도 마찬가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를 찾았고, 스스로를 알아가면서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좀 더 좋아하게 됐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설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꾸준히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 아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있고 어쩌면 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있던 재능을 발견하고 나의 취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나와는 다르지만 그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응원해주고, 중간에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혹은 다른 길로 돌아가더라도 그 시간마저 존중해주는 자세. 내 삶의 방식을 찾고 그것을 실천하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있을까.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매력있는 사람의 태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매력있는 사람의 태도’ 글도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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