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 28화
아이가 아플 때 나는 ‘슈퍼우먼’이었다.
아이가 아무 증상도 없는데 열이 올랐다.
잘 놀고, 잘 먹고, 잘 지내던 하루였다.
그런데 갑자기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군. 이번엔 안 안아줄 거야.’
단단히 마음을 먹고 아이를 바라본 순간
내 품에 안겨든 몸이 불덩이 같았다.
38.6도.
딱히 기침도 없고, 콧물도 없었다.
아무 증상 없이 오른 열에 당황스러웠다.
아이는 힘이 빠진 듯 자꾸 축 늘어졌다.
나도 오늘 하루 피곤했다.
어젯밤에는 푹 자지도 못했고
오늘 저녁엔 좀 쉬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아프면 쉴 수가 없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똑같았다.
평소 같으면 누워서 휴대폰만 보며
아이들과의 놀이는 건너뛰었을 나.
그런데 아프다고 하니 갑자기 힘이 솟았다.
“안아줘요, 엄마!” 할 때마다
나는 아이를 기꺼이 품에 안았다.
안아주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분명 몸은 피곤한데, 왜 정신은 멀쩡하지?
마치 누가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나는 슈퍼우먼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22개월 무렵, 폐렴에 걸렸었다.
둘째는 잘 먹어서 이틀 만에 열이 떨어졌지만
첫째는 닷새를 앓았다.
그동안 나는 새벽마다 열을 재고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의 숨소리를 지켜봤다.
그땐 힘든 줄도 몰랐다.
그저 아이가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나는 스스로를 ‘괴물엄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아플 때만큼은
분명, 아이들의 ‘진짜 엄마’가 된다.
그러면서도 생각한다.
왜 아플 때만 슈퍼우먼이 될까.
건강할 때도 잘해주면 좋을 텐데.
아프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나는 모성애가 없는 것도 아니고
괴물엄마도 아니라는 걸.
나는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앞으로도 완벽한 엄마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내일이면 또 짜증을 내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에게 다시 시련이 온다면
나는 또 다시 기꺼이 슈퍼우먼이 될 것이다.
나는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슈퍼우먼은 왜 아이가 아플때만 나타나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 아이에게 시련이 온다면 기꺼이 슈퍼우먼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