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자라나는 시간

사랑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 29화

by 한이음


사랑은 처음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점점 쌓여갔다.


아이들이 30개월이 되는 동안
조금씩 정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아이들이 정말 ‘내 아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출산과 동시에 눈물이 터지거나 벅찬 감정에 사로잡힐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장면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건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하듯 몸을 움직였다.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하고 밤낮없이 아이들을 돌봤다.


그 모든 행위에서 '사랑'은 아직 낯선 감정이었다.

아이들이 울면 나는 당황했고, 때로는 피곤했고, 어떤 날은 무덤덤했다.


그런 내가 이제는 아이들이 내 삶에서 가장 큰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회사 후배가 결혼을 한다고 했다.
상견례 자리에서 시어머니가 아들 자랑을 그렇게 했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 후배 아깝다’고 생각했을 텐데
이번에는 그 시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내 자식이 최고고 내 아들의 짝으로 누가 와도 아깝다.’
그런 마음. 나도 알 것 같다.

이제는 누군가 내 아이를 평가하는 말에 예민해지고

조금이라도 상처받을까 봐 걱정부터 앞선다.


괴물엄마였던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들과 정이 더 깊어졌다.


소리 지르고 후회하고 안아주고 또 안기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알아갔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게 된 건
아이들이 먼저 나를 사랑해줬기 때문이다.


미숙한 엄마를 용서해주고
어제보다 오늘 더 가까이 와주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농담처럼 말한다.
“너 시어머니 되면, 고약한 스타일이겠다.”
나도 웃지만 가끔은 진심으로 생각한다.


‘정말 그런 엄마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나는 그런 엄마가 되어도 좋다.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니까.

그걸 배우기까지는 30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매일 밤 우는 아이를 안고 때로는 함께 울기도 했다.


밥을 안 먹는 날에는 화를 냈다.

그리고 밤에는 자고 있는 얼굴을 보며 미안해했다.


그렇게 아이의 하루에 나도 같이 녹아들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사랑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함께 쌓아가는 거라는 걸.


서툴고 부족했지만 나는 아이와 함께 성장했고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지금도 나는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도 천천히, 아이와 함께 사랑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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