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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운 May 07. 2019

그래도 우리는 계속 흘러간다.

<물의 기억>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하여

※ 이 리뷰는 <물의 기억> 언론배급 시사회를 참석한 뒤 작성되었습니다. 



수많은 영화들이 ‘물’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물을 한 개인과 연결 지어 이야기한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물의 기억>이 어떻게 故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연결 지어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영화가 물과 故 노무현 대통령을 아주 긴밀하게 연결하여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자연의 일부분을 생생하게 포착해낸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시점에서 바라본 자연이 아닌, 거대한 자연이라는 흐름 속에서 인간이 어떠한 위치에 서 있는지 다시 보게 해주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미장센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드론 촬영과 타임랩스, 그리고 초소형 카메라이다. 영화 속 모든 장면들은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 사이에서 완성된다. 평소 인간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풍경과, 평소 인간의 시각으로 볼 수 없었던 아주 거대한 풍경과 미세한 풍경까지. 인간의 시각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연 특히, 그중에서도 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자신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을 중심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모든 풍경은 압도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이미지와 함께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물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물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특성상 화자의 특정한 시각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물의 기억>에서는 이러한 화자의 시각이 최대한 배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영화가 보여주는 ‘물’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물은 하나의 공간을 이루며, 순환하는 생명이다. 모든 생명체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거대한 구름에서부터 안개, 비 그리고 논의 물이 되기까지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죽은 생명체를 거두어가는 모든 생명의 요람이다. 물의 압도적인 이미지와 풍경들 덕분에 ‘화자’의 목소리는 정말 말 그대로 감상에 도움을 주는 정도로만 이야기된다. 계절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모든 생명체들이 죽음을 맞이했다가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물의 순환을 통해 관객들은 생명과 죽음의 연결을 보고 이것이 순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인간의 시선으로 볼 수 없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풍경을 통해 단순히 인간의 시선만으로 자연을 판단할 수 없고, 자연의 순리는 자연이 만들어온 하나의 '진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러닝타임 내내 보이는 ‘물’의 모습은 살아생전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과 연결된다. 어떤 정치적 야욕이나 자신의 이익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 수 있는 평등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 이러한 모습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모든 생명체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물의 모습과 이어진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故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아닌, 영화 속 등장하는 1970년대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인간적인 삶. 故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왔던 그 삶은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되며 순환하는 물의 모습처럼 이제 우리 안에서 흘러가며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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