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천국으로 9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남편에게 칭찬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울까?
아니꼬운 남편에게 칭찬하기란 쉽지 않다.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하려니까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더 나아가, 남편을 칭찬하면
자기가 잘하고 있는 줄 알고
더 발전하려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상한 불안감마저 있다.
하지만 남편은 칭찬을 먹고 산다.
여자가 사랑을 먹고살아야 행복한 것처럼,
남자도 인정과 존경을 먹고살아야 행복하다고 한다.
남편에게 인정과 존경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바로 아내의 칭찬이다.
아내의 칭찬은 남편에게 ‘당신의 존재와 노력이 가치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는 남자에게 자신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좋은 동기가 된다.
내가 남편에게 칭찬하기로 마음을 먹자,
그동안 남편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남편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말투를 자주 사용했던 것 같다.
만약 남편이 나와 똑같은 말투로
은연중에 나를 비꼬거나,
내 잘못을 돌려 말하며 핀잔을 주었다면
나도 분명히 억울해하고, 기분 나빠하며
마음의 문을 닫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변해야 한다.
마음이 충분히 동하지 않고 반발심이 생기더라도
나쁜 습관은 하루빨리 버리는 것이 낫다.
억지로라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하루 한 번씩이라도 작은 칭찬을 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바꾼 것은
남편이 출퇴근할 때의 나의 태도였다.
남편이 출근하면 잘 다녀오라고 꼭 안아주고,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고생했다고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내가 다른 일을 하더라도 남편 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멈추고 달려 나가 항상 반갑게 맞이했더니,
남편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도 바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빠가 와도 본체만체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아빠가 오면 난리가 난다.
하루 일이 고되었을 텐데도
우리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남편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두 번째로 바꾼 것은
남편이 아이를 훈육할 때 나의 태도이다.
남편이 아이들을 혼내면
그렇게 내 마음이 불편할 수가 없었다.
나는 혼내더라도 아이의 감정을 살펴주고 싶은데
남편이 아이를 호되게 혼낼 때면
혹시나 아이가 상처받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이제 그만하라고 남편을 저지하곤 했다.
나는 이것이 남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편이 훈육할 때 내 간섭을 최소화하고
남편의 훈육 스타일을 인정하기로 했다.
남편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실제로 고집이 센 둘째는 남편의 말을 잘 듣는다.
둘째가 고집을 멈추고 스스로 조절했을 때
나는 남편이 훈육한 덕이라며,
내가 받아주기만 했다면
절대 둘째의 고집이 꺾이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며
남편의 행동을 높이 샀다.
내가 육아에 있어서 남편의 역할을 인정하고 칭찬했을 때,
남편은 스스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육아에 열심히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세 번째로 바꾼 것은
“고마워.”라고 꼭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남편이 정말 작은 부탁을 들어주었을 때도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지나갈 때 문을 잡아주거나,
내 짐을 대신 들어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겨주거나
내가 먹은 밥그릇을 치워주었을 때도
꼭 고맙다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나의 이런 행동은
남편이 나에게 베풀었던 작은 배려를 깨닫게 했다.
남편이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대신해주고 있는지,
나를 얼마나 배려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했다.
내가 네 번째로 바꾼 것은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다.
칭찬을 할 때 남편의 행동에 대해 언급하고
내 기쁜 감정과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미 그전에 잦은 감사 표현으로
칭찬하는 습관을 들이니
구체적인 칭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커피를 안 마시는 오빠가 나를 위해 커피를 사다 준 게 감동이야. 정말 고마워.”
“오빠 덕분에 진짜 빨리 끝났다. 우리 남편 최고!”
“이야 내가 말할 때는 듣지도 않더니, 오빠가 말하니까 잘 듣네. 역시 오빠 훈육 스타일이 잘 맞나 봐.”
“나는 진짜 오빠 없으면 어떻게 살았나 몰라!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야.”
“오빠가 있어서 정말 든든해. 나는 정말 남편 잘 만난 것 같아.”
“오빠 덕분에 내가 이런 것도 사고 진짜 고마워.”
실제로 내가 남편에게 자주 쓰는 표현이다.
내가 마음을 담아 칭찬할 때,
물론 남편도 기분 좋겠지만
내 가슴에도 벅찬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르고 싶다.
남편에게 고마움을 나누고, 내 마음을 표현하며
서로 따뜻하게 바라볼 때 정말 행복감이 차오른다.
억지로, 해야 하니까 시작했던 칭찬이
남편의 행동뿐만 아니라
내 생각과 행동 또한 바꾼 것이다.
우리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 대한
근거를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남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나는 끊임없이 남편의 부족한 점만 보였다.
반대로, 남편을 칭찬하고자 하니
남편에게서 정말 새롭게 느껴지는
좋은 모습들이 발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심리적 현상으로는
이것을 ‘확증편향’이라고 부르는데,
이 확증편향의 논리를 잘 사용하면
상대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여
긍정적인 관계로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예전에 친구들만 만나면
남편의 흉을 보며 불만을 쏟아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친구들을 만나도
남편 흉을 보지 않는다.
혹여나 내 단점이 될까 봐 말을 조심하려는 게 아니라,
이제 정말로 남편 흉을 볼 게 별로 없다.
진심으로 남편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남편과 아예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전처럼
남편과의 갈등이 힘들지 않다.
예전에 나는, 남편을 믿지 못했다.
이기적이고,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남편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를 결코 어둠 속에 내버려 두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며
이것을 또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또 남편을 미워하며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의 삶에서 내가 남편을 칭찬하며
감사하고 존중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 남편의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의 사랑과 배려를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을 칭찬하는 것은
그저 남편의 비위를 맞추는 행동이 아니다.
관계를 회복하고 사랑을 불러오는 마법같은 일이다.
남편을 칭찬하자.
작은 칭찬이라도 괜찮다.
칭찬은 남편을 춤추게 하고
나는 사랑에 겨워 행복을 노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