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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9. 2024

토론 대회 중단하기

지옥에서 천국으로 6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누가 더 옳은지를 따지는

‘토론대회’가 되어버리곤 한다


단순히 내 의견과 감정을 나누고 싶었던

처음의 바람과 달리,

남편을 논리로 설득해야만 하는 광경이 펼쳐지곤 한다.


실제로 남편과 했던 대화 내용을 소개한다.




포기 사건


나 : 부모로서 만족하고 포기하는 법도 가르쳐야 해.


남 : 무조건 시도도해보지 않고 포기하라고 하는 건 부모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야.


나 : 시도도 하지 말고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냥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거야.


남 : 그래도 난 아이에게 포기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별로야.



나 : 아기가 억지를 부리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잖아. 만약 아기가 우주여행을 가고 싶다고 떼를 쓴다면 부모가 현실적인 상황을 알려주고 포기시켜야 하지 않을까?


남 : 그래도 난 자식이 우주여행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나 : 그렇다면, 예를 들어서 유부남을 만나면 어떡해. 그런 상황에서는 자식에게 포기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남 : 그거는 예시 자체가 잘못됐잖아. 그거는 애초에 시도조차 하면 안 되는 행동이야.


나 :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말하는 거잖아. 그런 행동을 하면 포기하라고 해야 하지 않겠어?


남 : 아니. 그것 애초에 시도조차 하면 안 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예시가 틀린 거야.


나 : 그럼 아기가 위험한 곳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려고 할 때, 포기하고 내려오라고 해야 하지 않겠어?


남 : 그건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을 하는 게 먼저지.


나 : 당연히 그렇겠지만,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는 포기를 가르쳐야 하는 거잖아.


남 : 아니야. 그런 상황에서는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고, 포기하는 것과는 예가 적절하지 않아.


한동안 이 논쟁이 이어졌다.

나는 남편이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반박만 한다고 생각해서 매우 답답했다.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오간 후,

나는 서로가 ‘포기’라는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포기의 사전적 단어를 찾아보았고

(하려던 일을 도중에 스스로 그만두는 것)

남편은 ‘최대한 노력을 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한계에 부딪혀 그만두는 것’으로

나는 단순히 ’하는 것을 스스로 멈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포기의 의미를 서로 재정립한 후

다시 유부남, 위험한 행동의 의미를 들어

내가 말하는 것이 ‘시도도 하지 말고 포기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고집을 멈추고 행동을 포기하는 것’ 임을 말했다.

남편이 나의 말을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화가 마무리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찰나,

남편은 다시 새로운 주제를 꺼냈다.


남 : 그런데 내가 네 말을 오해했다고 생각했으면 “아니 그게 아니라~”하면서 상황을 설명해야지,

유부남 예시를 들면서 내 말을 반박한 것을 보면 너는 내 해석이 틀렸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


나 :... 그래 맞아. 오빠의 해석이 틀렸다고 생각해서 반박한 거야.


남 : 아니, 처음에는 오해했다고 느껴서 반박을 했다고 말을 해놓고, 지금에서 와서는 나의 해석이 틀려서 반박했다고 말하는 거야?


나 :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남 : 나는 우리가 의견조율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진실공방을 했던 거였어? 그럼 이제까지 한 대화가 전부 그런 의미였다는 거야?


나는 남편이 갑자기 나를

자기를 비난하는 사람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나는 부모로서 육아관이 통일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내 의견을 관철시키기를 원했던 건데

갑자기 내 말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처럼 만들어버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4시간 동안 갈등이 지속된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감정이 모두 소진된 상태에서 또 다른 논쟁이 시작될  것 같아 극한의 공포감이 느껴졌다.


나는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남편의 대답에 유도당했다는 사실에 자책했다.


급기야 나는 내 입을 때리고 뺨을 때리는

자해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이 대화에서 서로의 입장은,

나는 부모로서 아이가 고집부리는 상황에서 스스로 멈출 수 있게 가르쳐야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남편은 부모로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 서로 상충되는 의견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협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로 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 대화에서 우리 부부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나의 문제점


- 논쟁에서 이기려는 태도

자신의 의견이 옳음을 증명하려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논쟁을 계속 이어감. 남편의 말을 깊이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려는 데 집중함.


- 논점 이동과 극단적인 예시

남편의 의견을 반박하기 위해 극단적인 예시(유부남, 위험한 행동 등)를 사용하며 상대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킴. 이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하였음.


- 감정적 피로와 대화 중단 부족

갈등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도 대화를 멈추지 않고 지속하며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감. 대화 중 자신의 감정 상태를 충분히 돌보지 않음.



남편의 문제점


- 논리적으로 우위를 점하려는 태도

자신의 논리가 맞음을 증명하려고 상대방의 말에 계속 반박하며 논쟁을 지속함. 아내의 감정이나 의도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데 집중함.


- 감정 인정 부족

아내의 의견이나 감정을 충분히 인정하거나 공감하지 않음. 대화 중 논리적인 반박에만 치중하며, 아내가 느끼는 상처를 간과함.


- 논점 회피와 논쟁 집착

논점과 관련 없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거나, 기존 대화의 결론을 재논쟁함. 대화를 해결보다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으로 만들어버림.




우리 두 사람 모두

‘논리적 우위’에 집착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부부는 서로 공감받지 못한다고 여기며

서로 간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고

부부의 대화를 끝없는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이러한 태도는

건강한 부부관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부간의 토론대회는 반드시 중단되어야만 한다.

이를 실행시키는 구체적인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토론 대회를 중단시키는 방법


1. 논점 이동을 멈춰라


논쟁이 길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화 중 논점이 흐트러지거나 과거의 문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려 극단적인 예시(유부남, 위험한 행동 등)를 드는 행동을 멈추고, 대화 주제를 다시 상기시켜 부드럽게 다시 초점을 맞추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시)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건 포기의 의미야. 다른 주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

“방금 내가 든 예시는 잠시 주제에 벗어났던 것 같아. 미안해.”



2. 감정을 인정하며 대화하라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전에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인정하면, 갈등을 줄이고 상대의 방어적 태도를 낮출 수 있다. 대화 중간중간 상대의 이야기를 그대로 요약해 주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예시)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겠어.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거야.”

“오빠 말은 아이가 포기 대신 도전하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지?”


3. ‘승리’를 내려놓아라

논쟁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려 하지 말고, 둘 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논쟁이 격해질 경우, “우리 중 누가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서로 되새기며, 대화의 목적을 문제 해결로 전환한다.


예시)

“우리가 둘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럼 이걸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볼까?”

“내가 꼭 이기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아이를 위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고민하려는 거야.”



4. 갈등을 잠시 멈출 용기를 가져라

갈등이 격해지고 감정이 고조될 때는 대화를 잠시 멈추고 진정한 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갈등상황에 계속 노출되면 자해행동처럼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 대화를 잠시 멈추는 동안 각자 자신의 감정과 논점을 정리하며 꼭 다시 대화에 임해야 한다.


예시)

“우리 둘 다 지금 감정이 많이 격해진 것 같아. 잠시만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

“내가 지금 화가 나서 좋은 대화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10분 뒤에 다시 이야기할까?”



5. 논리 대신 경험을 공유하라

논리를 앞세우는 대신,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면 상대방이 방어적인 태도를 덜 취할 수 있다. “내 생각은 이래” 대신 “내 경험으로는 이랬어”로 시작하여 대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예시)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포기하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지금은 아이에게 그런 상황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야.”

“나는 가끔 아이가 무리한 고집을 부리면, 그냥 포기하고 멈추는 것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6.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을 칭찬하기

논쟁 중이라도 상대방의 긍정적인 점을 칭찬하면 갈등이 줄어든다. 대화를 시작할 때나 중간에 긍정적인 면을 언급하며, 상대가 감정적으로 열리지 못할 상황을 예방하면 좋다.


예시)

“오빠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러워.”

“오빠의 의견을 들으니, 아이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고마워.”



7. 대화를 요약하며 마무리 짓기

대화가 끝날 때쯤, 상대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을 요약하며 서로 합의점을 확인한다. 서로 합의한 내용을 짧게 요약하며 긍정적인 결론으로 대화를 마무리한다.


예시)

“오늘은 우리가 포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오빠는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나는 때로는 멈추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고 했어. 둘 다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 다음에 이걸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이 7가지 방법을 살펴보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과

‘논점 이동을 멈추며 승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는 갈등을 낳는 대화가 아닌,

이해를 낳는 대화를 해야 한다.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대화의 본질에 집중할 때,

대화는 비로소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한 발 물러나 상대를 바라보는 용기.


그것은 단순히 상대를 봐주는 일이 아니라,

우리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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