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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17. 2024

남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자

지옥에서 천국으로 5


“내가 벌어온 내 돈으로 네가 입고 쓰고 하는 거다.”


남편의 이 말은,

마치 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이며,

나를 집에서 밥만 축내고 있는 식충이처럼 느껴지게 했다.


‘너는 집에서 놀고 있잖아.’

‘너에게 주는 돈이 아까워.’

‘너는 옷을 쓸데없이 많이 사.’

‘너는 사치가 심해.’


남편의 말에서 파생된 단어 하나하나가

점점 몸집을 부풀려 나를 공격했다.


내 가슴을 후벼 파고 내 심장을 찔렀다.

나는 그 문장 하나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생채기가 생겼다.



내가 참담하고 슬픈 마음에 상담하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친구는 나의 말을 듣더니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마.

남편은 그 의도가 아닐 수도 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약간 혼란스러웠다.

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이 다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뭔가 남편을 오해하고 있진 않는지 상황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때, 남편의 말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수많은 일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깊은 깨달음이 밀려왔다.


남편은 ‘반발심리’로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있었을 뿐,

나를 아프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던 거였다.


그리고 나는 상대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단어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회피형 특성으로 인해

남편의 말을 단어 하나하나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그 속에 있는 남편의 진짜 의도를 놓쳤던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잘못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의 행동은 나를 오해하게 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일부러 과장되거나 왜곡된 표현까지 사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나타낼 때가 가끔 있는데


남편이 그럴 때마다

나는 더욱 혼란에 빠지고 남편을 불신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갈등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나는 남편을 조금 더 이해하여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남편은 왜 반발심에 과장된 말까지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반발심’은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자신의 가치를 위협한다고 느낄 때 생긴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나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을 때,

상대방의 주목과 인정을 받기 위해 감정을 ‘과장’하게 되는 것 같다.



지난 상황을 되짚어보면,

내가 자신의 노동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남편은 강한 반발심이 들었고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그 가치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나에게 상기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벌어온 돈으로 네가 입고 쓰고 한다.”라며

자기 생각을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다.


당시 나는 이 말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다”라고 받아들였지만,

사실 남편은 “내가 열심히 일한 걸 알아줘”,

“내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봐줘”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남편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처럼,

남편도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나는 그의 말속에 있는 ‘진짜 의도’를 읽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진짜 의도’ 찾기


남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진짜 감정을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1. 말의 맥락을 이해하라

남편의 말이 나온 상황을 떠올리며, 그의 감정 상태를 추측한다.

예: 남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었다면,

그의 말에 과장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2. 반발심을 수용하라

남편이 반발심을 드러냈을 때, 그 말 자체보다 그 뒤에 숨겨진 감정을 살핀다.

예: “그는 지금 자신의 노력이 무시당한다고 느낀 건 아닐까?”


3. 내 감정을 인정하라

남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내가 느낀 감정은 부정하지 않는다.

예: “오빠, 그 말을 들었을 때 서운했어. 그런데 오빠도 힘들었을 것 같아.”


4. 직접적으로 감정을 묻는다

남편이 반발심리로 과장된 말을 할 때, “왜 그런 말을 했어?”라고 묻기보다,

“오빠,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조금만 더 설명해 줄 수 있어?” 또는 “오빠, 그 말할 때 무슨 생각이었어?”처럼 열린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은 남편이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꺼낼 수 있도록 돕는다.

감정을 묻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가 된다.



상대방의 진짜 감정을 찾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자신을 알아달라는 어떠한 감정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될 때,

깊었던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갈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데 있지 않다.


그 말속에 숨겨진 진심을 이해하려는, 이 작은 변화는

갈등을 넘어 더 깊고 평화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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